제42화
“뭐라고? 너 지금 뭐라고 했느냐!”
강찬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릅뜬 눈으로 허공을 노려보았다.
늘 말없이 수긍하고 따랐던 손자가 지금은 그 무서운 기세로 자신을 향해 반기를 들다니 노인의 입장에선 실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고함을 치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을 꾹 누른 채, 목소리를 낮추어 음산한 기운이 서린 어조로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고작 그딴 삼류 여배우 하나 때문에 정말로 이 집안을 등지고 떠나겠다는 거냐? 내가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 여배운지 뭔지를...”
그러나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강준혁의 눈매가 서서히 가늘어지며 차가운 날을 품었고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옆에 있던 양진성에게 손을 내밀어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이미 말씀드렸잖습니까. 저는 더 이상 강씨 가문의 은혜를 갚는 도구가 아닙니다. 할아버지께서 차씨 가문을 돕든, 그 집 딸을 집안에 들이든 그건 어르신의 뜻이지 제 일이 아닙니다.”
그의 음성은 낮고 중후했으나 그 안엔 분노와 냉랭함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할아버지께서 제 곁에 있는 사람에게 손을 대시려거든 그 전에 제 허락부터 받으셔야 할 겁니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고 그 단단한 말투는 칼날처럼 날카로워 강찬호의 심장을 그대로 꿰뚫는 듯했다.
“저, 예전처럼 협박 몇 마디에 휘둘리는 꼭두각시가 아닙니다.”
그의 선언은 마치 선고처럼 무겁고 단호했다. 그리고 그 말은 강찬호의 머릿속 깊이 봉인해 두었던 어떤 기억을 강제로 끌어올렸고 수년 전의 일이 마치 필름처럼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찰나의 침묵이 흐르고 강준혁은 할아버지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노인의 전화기를 쥔 그의 손이 떨려왔고 이내 타오르던 분노는 마치 찬물 한 양동이를 뒤집어쓴 듯 차갑게 식어버렸다.
강찬호의 목소리는 허탈했고 그 안엔 노쇠한 기색이 가득 배어 있었다.
“그 일. 그 애 엄마가 죽은 그 일 말이다, 아직도 나를 원망하고 있는 것이냐?”
그 한마디에 강준혁의 손이 저절로 움켜쥐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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