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핸드폰 너머로 다시금 길고 깊은 정적이 흘렀다.
그 고요함을 깨듯 안신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평소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음성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아름이니?”
잠시 후,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온 건 작고 떨리는 서러움을 꾹꾹 눌러 담은 목소리였다.
“네...”
안신혜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바늘은 이미 밤 열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작은 한숨을 내쉰 뒤, 다정한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
“이 늦은 시간에 왜 아직 안 자고 있었을까?”
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울적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모가 보고 싶어서요. 그래서 잠이 안 와요...”
그 말에 안신혜의 입꼬리가 천천히 말려 올라갔고 어느새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엔 따뜻하고 아릿한 무언가가 피어올랐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강준혁과 서로 등을 돌린 상태라는 사실조차 머릿속에서 희미해진 듯했다.
“근데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그러자 아이는 작게 코를 훌쩍이며 작지만 또렷하게 대답했다.
“진성 삼촌이요. 아름이 울까 봐 몰래 알려줬어요. 우리끼리 약속했어요! 아빠한텐 비밀이에요. 이모도 아름이 보고 싶었어요?”
그 질문은 어른스러운 계산이나 의도가 담긴 말이 아니었다.
그저 순수하고 투명한 아이의 마음에서 튀어나온 진심 그 자체였다.
“그럼.”
짧고 단단한 대답이 돌아가자 핸드폰 너머의 강아름은 금세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한껏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그럴 줄 알았어요! 신혜 이모는 분명히 저를 좋아할 줄 알았어요!”
그 밝고 천진한 음성에 안신혜는 창밖의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오래가지 못했다.
한참이나 신나게 웃던 아이는 이내 울음을 머금은 듯 목소리를 낮추더니 떨리는 말투로 조심스레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아빠가 그랬어요. 자기가 신혜 이모 괴롭혀서 그래서 이모가 아름이랑 같이 살기 싫은 거래요. 제발 화 풀면 안 돼요? 아름이를 버리지 말아요. 네?”
그 말은 마치 버려진 강아지 한 마리가 어두운 골목에서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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