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안재희는 점점 기세를 올리며 거침없이 독설을 퍼부었다. “네까짓 삼류 연예인이 어디 감히 내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 송 감독이랑 좀 친하다고 다 될 줄 알아? 송 감독이면 어쩔 건데? 결국은 노블 엔터 뜻대로 움직이게 돼 있어. 네가 뭘 하든 소용없다고.” 입술 끝에 비웃음을 걸고 비아냥거리던 그녀는 마치 안신혜의 운명까지도 손바닥 위에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자인 양 오만하고 당당하게 외쳤다. “내 뒤에 누가 있는 줄이나 알아? 말해줄까? 이 해성에서 네가 감히 날 건드릴 수 있을 거 같아? 너 같은 천한 년은 그냥 썩 꺼져주는 게 답이야!” 그러나 그런 그녀를 마주한 안신혜의 눈빛은 파도 한 점 일지 않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침착했다. “네가 말한 그 뒷배경이 설마 강씨 가문이야?” 그 짧은 한마디에 잠시 당황한 듯 안재희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곧 자신을 추스르듯 깔깔 웃어댔다. “결국 너도 알게 됐구나? 지금이라도 무섭다면 무릎 꿇고 빌어봐. 그러면 말이야, 최소한 연예계에서 굶어 죽지는 않게 해줄 수는 있으니까.” 그러나 안신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너한테 빈다고? 좋아, 그럼 두고 보자. 내가 이 해성에서 쫓겨나는지 아니면 네가 나가떨어지는지.” 서로의 시선이 정면으로 맞붙는 그 순간, 안재희의 가슴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한 감정이 파고들었다. ‘뭐야, 이년 왜 이렇게 당당해? 지금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나?’ 분명 지금은 자신이 모든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안신혜 따위는 얼마든지 눌러 버릴 수 있는 처지였다. 그런데도 이 여자는 눈빛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당당하기만 했다. 짜증이 솟구친 안재희는 눈매를 가늘게 치켜뜨며 이를 악물고 낮게 내뱉었다. “이년아, ‘신궁’은 시작에 불과해. 난 너를 아주 천천히, 아주 확실하게 무너뜨릴 거야. 어디 한번 얼마나 버티나 보자고.” 그녀는 곧장 고개를 홱 돌려 권 대표를 향해 째려보며 소리쳤다. “안신혜 저 여자, 이미 영화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