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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안신혜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살짝 비위를 맞추는 듯한 말투에 고준서의 가슴이 마치 깃털에 스친 듯 간질간질했다. 고준서의 얼굴에는 여전히 제멋대로인 기세가 남아 있었지만 굳게 다물린 입가가 조금은 풀어져 부드러워졌다. 고준서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갑자기 헛웃음을 지으며 이를 악물었다. “신혜야, 내가 네 복수를 돕겠다고 이미 약속했잖아. 네가 이렇게까지 확고하다면 내가 굳이 강요하지는 않겠어. 하지만...” 고준서의 말투에 뻔뻔하고 단호한 기운이 묻어났다. “기억해. 딱 1년이야. 너한테는 단 1년이란 시간만 있어. 그 이후에는 지금처럼 순순히 넘어가지 않을 거야.” 안신혜는 고준서의 강경하지만 속은 무른 타협을 곧바로 눈치채고는 긴 속눈썹을 살짝 내리깔고 불쑥 웃음을 터뜨렸다. 고준서는 코웃음을 치더니 안신혜의 밤색 곱슬머리를 헝클며 만지작거렸다. 그러고는 곧장 고개를 돌려 강민우를 향해 소리쳤다. “거기서 말뚝처럼 서서 뭐 해? 얼른 짐을 챙겨. 남상 별장으로 가야지.” 강민우는 여느 때처럼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허겁지겁 달려가 고준서가 가져온 여행 가방을 챙겼다. 고준서는 안신혜의 상처가 이미 괜찮아졌는지, 다만 기운이 빠져 정신 상태가 좋지 않은 건지 확인한 뒤에야 아쉬운 얼굴로 자리를 떴다. ... 남상 별장으로 가는 길. 고준서는 늘 그렇듯 건들건들한 태도로 뒷좌석에 몸을 던져 기대 있었다. 그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길고 하얀 손가락 사이로 라이터를 무심히 굴렸다. 차 안을 비추는 푸른 불꽃이 꺼졌다 켜졌다 하면서 고준서의 잘생긴 이목구비를 차갑고 매혹적으로 물들였다. 찰칵! 라이터를 켜는 금속 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고요한 차 안에서 그 소리는 유난히 선명했다. 운전대를 잡은 강민우는 백미러를 통해 어둠 속에서 잠깐잠깐 드러나는 빛 아래 고준서의 불만 가득한 표정을 봤다. “도련님, 기분이 안 좋으신 겁니까? 안신혜 씨가 이유를 다 설명해 드렸잖아요.” 고준서는 팔을 괴고 눈을 반쯤 감은 채, 찌푸린 미간을 펴지 않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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