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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고준서는 강씨 가문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얼굴에 노골적인 분노가 번졌다. 고준서와 강씨 가문 사이에 원한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준서가 강씨 가문을 싫어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예전에 재국에서 고준서의 외사촌 누나와 강씨 가문의 큰아들 강연우 사이에 한때 얽히고설킨 사랑과 증오가 있었다. 하지만 불가피한 이유로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됐고 누나는 상처받은 채 재국을 떠나 다시는 강연우의 이름조차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당시 혈기 왕성했던 고준서는 사람들을 끌고 가서 강연우를 박살 내겠다고 작정했으나 결국 누나가 완강하게 막아섰다. 누가 봐도 누나의 마음속에 여전히 강연우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그때 누나가 이미 아이를 가진 상태란 걸 아무도 몰랐다. 누나가 완강하게 제지하자 결국 고준서는 화를 억지로 삼켜야만 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누나는 아이를 데리고 오주국에서 홀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강연우는 단 한 번도 고준서의 누나를 찾으러 오지 않았고 아이의 존재도 당연히 몰랐다. 고준서 눈에는 강연우가 그저 무책임하고 누나의 마음을 갖고 논 개자식일 뿐이었다. 그 후로 강연우를 포함한 강씨 가문 전체는 고준서에게 극도의 혐오 대상이 되었다. 5년 전, 고준서가 고향 해성으로 돌아온 것도 결국 누나 때문이었다. 고준서는 본래 강씨 가문에 복수하러 온 거였지만 뜻밖에 만난 사람이 바로 상처투성이가 되어 사경을 헤매던 안신혜였다. 그 일 때문에 고준서는 안신혜를 데리고 재국 고씨 가문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고준서는 다시 그 역겨운 강씨 가문이라는 이름을 듣게 되었다. 고준서는 어금니를 갈며 별빛 같은 눈동자에 거친 기운을 담았다. “신혜야, 왜 강씨 가문에 가야 해?” 시선을 떨군 안신혜는 고준서의 얼굴에 떠오른 경멸과 분노를 발견하지 못한 채, 쉰 목소리로 조용히 대답했다. “강씨 가문에 내가 반드시 얻어야 할 게 있어.” “그게 뭔데?” 고준서가 몸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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