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방 안의 불이 순간 환하게 켜졌다.
안신혜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너무 환한 조명 탓에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시선을 들었을 때, 안신혜의 시야에 강준혁의 새까맣고 그윽한 눈동자가 들어왔다.
그 눈동자 속은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순간, 안신혜는 온몸의 피가 심장으로 몰려와 터져버릴 듯이 부풀었다.
안신혜는 입술을 깨물고 온몸의 힘을 다해 물러서지 않고 그 시선을 견뎌냈다.
강준혁은 얇은 입술을 단단히 다물고 있었고 얼굴은 차디찬 돌덩이처럼 냉정했으며 말로 형용하지 못할 냉혹함과 무정함을 내뿜고 있었다.
희미한 불빛으로는 강준혁의 완벽한 조각 같은 얼굴선을 부드럽게 빚어내지 못했다.
강준혁은 위에서 안신혜를 내려다보며 날카로운 말투로 따졌다.
“네가 감히 다시 돌아와?”
엄청난 압박감에도 안신혜는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난 약속을 지키러 왔다고 했어. 강씨 가문 둘째 아들이 직접 약속한 걸 부정하는 일은 없겠지?”
강준혁은 입꼬리를 비틀며 싸늘하게 웃었다.
감히 약속을 들먹이다니, 이 빌어먹을 여자는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것 같았다.
강준혁이 침묵을 지키자 안신혜는 그의 속내를 짐작할 수 없어 목소리를 더 높였다.
“겨우 이틀 지났을 뿐이야.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난 우경 정원에 남겠어. 아름이 곁에 있겠다고.”
안신혜는 계약의 뒷부분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안신혜는 강씨 가문 아들의 부인이 되느냐 마느냐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안신혜의 머릿속에는 오직 딸을 빨리 만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강준혁의 가늘어진 눈빛에 위험한 기운이 번졌다.
“네가 뭔데 감히 약속을 들먹여? 애를 울린 주제에 내가 아직도 널 받아줄 거라고 착각해?”
강준혁의 무정한 말에 담긴 뜻을 눈치챈 안신혜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준혁, 약속을 어기는 건 비겁한 짓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우경 정원에 남기로 결심한 안신혜의 미간에 조급한 기색이 번졌다.
강준혁은 안신혜의 감정을 너무도 쉽게 읽어냈다.
하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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