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그때, 차주한은 안재희가 치밀하게 던져주는 유혹에 푹 빠져 있었고 정신이 좀 돌아왔을 땐 이미 한참이나 늦은 상태였다. 안재희는 차주한이 안재희와 손을 잡지 않으면 둘이 함께한 사실을 안신혜에게 다 불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그럼 결국 안신혜도 차주한을 떠날 테고 차주한은 사랑도 돈도 다 잃게 될 거였다. 협박과 유혹 사이에서 차주한은 결국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차주한은 냉정하게 마음을 먹고 단 한 점의 연민도 없이 안재희의 계략대로 안신혜를 잔인하게 내던졌다. 그때, 안신혜가 불룩한 배를 안고 차씨 가문 저택으로 찾아와 차주한에게 매달렸을 때, 차주한은 저택 안에 숨어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았다. 겉으로는 안재희의 협박 때문이었지만 사실은 차주한 본인도 죄책감이 너무 커서 도무지 안신혜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그 뒤, 안신혜가 아이를 잃고 목숨까지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차주한은 며칠 밤이나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안신혜는 온 얼굴이 피와 눈물로 뒤범벅된 채 울부짖으며 따져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무정했냐고!” 또 다른 꿈에서는 안신혜가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 침대 곁에 서서 말없이 차주한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안신혜라는 이름은 차주한의 가슴에 깊은 가시처럼 박히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몇 년 뒤, 눈앞에 예전 약혼녀와 똑같은 이름과 성을 가진 여자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 줄은 차주한이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순간, 차주한의 억눌려 있던 기억이 전부 끌려 나왔다. 게다가 지금 안신혜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톱스타였다. 그래서 차주한은 현재의 국제 배우 안신혜를 과거의 약혼녀와 겹쳐 보기 시작했다. 그때 차주한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안신혜를 손에 넣지 못했다. 지금 죄책감과 충동이 뒤섞인 차주한은 안신혜를 완전히 차지하고 싶은 집착으로 점점 번져가고 있었고 안신혜에게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다. 차주한의 머릿속은 온통 이 여자를 자기 여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집념뿐이었다. 차주한은 굳은 얼굴로 손님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