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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손아윤은 최지유를 지나쳐 곧장 병상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마음은 받을게. 근데 나 밖에서 사 온 건 안 먹어.” “밖에서 산 거 아니에요. 주원 오빠가 주방에 시켜서 만든 거예요.” 최지유는 과자 한 상자를 들고 그녀의 침상 곁으로 다가와, 고집스럽게 손을 내밀어 받아 달라고 했다. “한번 먹어 봐요. 진짜 맛있어요.” 손아윤은 침상 머리맡에 앉아 조용히 바라보기만 할 뿐, 받지 않았다. “미안해. 나 수술하고 막 깨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지금은 음식 가려야 해.” “...수술했어요?” 최지유가 멍하니 굳었다가, 곧 목소리가 급해졌다. “어디가 불편한 거예요?” 손아윤은 다리를 굽히고 옆으로 돌아누워, 일부러 천진한 척 드러내는 그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천성 심장병.” 탁! 과자 한 상자가 옆으로 넘어지며 침상 위에 쏟아져 흩어졌다. “그럼... 죽는 거예요?” 최지유는 눈가가 붉어지고, 목소리는 울먹였으며,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보통은 안 죽어. 하지만 누가 계산하고 덤빈다면 어찌 될지 모르지.” 손아윤은 과자 하나를 집어 들고 두 손의 검지로 가볍게 갈라 안쪽의 땅콩 조각을 드러냈다. 그녀는 땅콩 알레르기가 있었다. 반면 최지유는 땅콩을 좋아했다. 손아윤은 작은 조각을 집어 막 입에 넣으려 했다. 탁! 하얗고 길게 뻗은 손이 느닷없이 그녀 손의 과자를 쳐 떨어뜨렸다. 남자의 숨결은 거칠었고, 눈은 핏빛처럼 붉었으며, 목소리는 차갑게 날이 섰다. “얼마나 먹었어?” 손아윤은 몸을 뒤로 젖히고 다리를 굽힌 채, 한 손을 느슨하게 무릎 위에 얹었다. 그리고 담담히 말했다. “막 먹으려던 참이었는데 당신이 쳐서 떨어뜨렸잖아요.” 그 말을 듣자 최주원은 침상 곁에 흩어진 과자들을 보며 세어 봤다. 한 상자에 열두 개. 열한 개는 멀쩡했고, 하나는 갈라져 있는 데다가 안쪽의 땅콩 조각이 선명히 보였다. 그의 음침한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왔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움켜쥐는 동시에, 엄지를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 위에 눌러 대고 힘주어 문질러 남아 있던 땅콩 조각을 닦아 냈다. “손아윤, 네가 전에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는지 잊었어?” 그는 그녀에게 꼭 잘 살아 달라고 했었다. “당신 여동생이 이렇게 마음을 썼는데, 그걸 헛되게 할 수는 없잖아요?” 손아윤은 손을 들어 자신을 쥐고 있던 그의 손을 거칠게 떼어 냈다. 그리고 곁눈질로는 자신을 뚫어지게 노려보는 최지유를 훑었다. 웃는 듯 아닌 듯, 그녀가 말했다. “모르면 죄 아니지. 겁내지 마. 나 안 죽어.” 어릴 적 심장병에 시달릴 때도, 그녀는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원수를 갚지 못했는데 더더욱 자신이 죽는 건 허락할 수 없었다. 최지유는 가슴을 움켜쥐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새언니, 저를 속이는 거죠? 심장병 아니죠? 안 죽는 거죠...” “윽...” 감정이 요동치자 그녀의 얼굴이 새하얘지며 증상이 나타났다. “지유야!” 최주원은 달려가 거의 기절한 최지유를 한 번에 안아 들고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의사, 빨리 의사 불러!” 손아윤은 텅 비어 버린 문 쪽을 보며 조금 재미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쳇! 두 멍청이, 하루 종일 끝이 없네.” 고개를 돌려 시선을 침상 곁의 과자 상자에 떨어뜨렸다. 그녀는 다시 한 조각을 집어 바깥쪽을 따라 아주 조금 떼어 냈다. 안쪽에는 땅콩 조각이 없었다. 코끝에 가져가 냄새를 맡아 보고,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입에 넣어 한 번 씹어 봤다. “퉤!” 휴지를 뽑아 침을 마구 뱉어 내며 투덜거렸다. “맛없어. 길거리 노점에서 만든 게 최씨 가문 주방보다 훨씬 낫겠다!” 다시 침상 곁에 흩어진 과자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서경시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과자인데, 토박이 도련님이면서 이 싸구려 식감을 구분도 못 한다고?” 소문에 따르면, 최씨 가문의 도련님은 회장에게도 미움을 받고, 친모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녀는 그동안 그게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어쩌면 진짜일지도. ... 다음 날. 양순자가 푹 고아 온 국을 들고 이른 아침부터 병원에 왔다. “와, 향 좋다!” 손아윤은 세수하고 나와 보니 방 안 가득 닭국 냄새가 퍼져 있었다. 그 냄새에 군침이 절로 돌았다. 양순자는 작은 그릇에 한 그릇 덜어 그녀 앞에 놓아 주며 말했다. “뜨거우니까 조심해요.” 손아윤이 한 숟갈 떠넣자, 텅 비었던 배가 한결 따뜻해졌다. 오랫동안 밍밍했던 혀끝의 미각도, 마치 한순간에 피가 도는 것처럼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역시 아주머니 요리가 최고예요. 어설픈 무슨 별 몇 개짜리 셰프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비교도 안 되네요.” “아가씨가 좋아하시면, 시골에서 닭이랑 오리 좀 더 많이 키워 둘게요. 언제든 드시고 싶을 때 말씀만 하시면 바로 가져다드릴게요.” “좋아요.” 손아윤도 알고 있었다. 퇴원하고 나면, 그녀는 아마 양순자가 고아 준 국을 먹을 일이 거의 없을 거라는 걸. 양순자는 뼈를 발라낸 닭고기를 그녀 그릇에 놓아 주며 말했다. “뼈를 다 못 발랐을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서 드세요. 뼈가 또 이 사이랑 목에 걸리면 안 되잖아요.” “저 이제 어린애가 아니에요. 다시 걸리지는 않아요.” 오랜만에 느껴지는 이런 가족 같은 온기 때문에, 손아윤은 마음 한구석이 자꾸 욕심을 냈다. 사람을 붙잡아 두고 싶었다. 하지만 곧 이성이 그 욕심을 눌렀다. ‘안 돼!’ “나 이제 못 먹겠어요.” 한 시간 뒤, 그녀는 볼록해진 배를 만지며 양순자가 먹여주려는 손길을 거절했다. “이제 얼마나 먹었다고 그래요.” 양순자는 식탁 위에 얼마 안 되는 뼈들을 힐끗 보고, 다시 그녀의 다리를 바라봤다. 자기 팔 한쪽보다도 가늘어 보이는 그 다리에 참을 수 없는 안쓰러움이 떠올랐다. “아가씨 예전에 이 정도는 삼분의 일은 먹었는데!” “그때는 성장기였잖아요. 지금은 다 자랐어요.” 손아윤은 일어나 배를 내밀고 병실 안을 왔다 갔다 걸으며 소화를 시켰다. 양순자는 식탁을 정리하며 남은 것들을 보온병에 다시 담았다. “아가씨, 아래로 내려가서 좀 둘러볼래요?” “좋아요.” 수술한 뒤로는 대부분 시간을 병상에서 보냈다. 이대로라면 몸이 굳어 버릴 것 같았다. 외투를 걸치자, 양순자가 휠체어를 끌고 왔다. 제일병원에는 고전식 정원이 딸려 있었다. 지금은 4월. 마치 온화한 화가가 알록달록한 색을 능숙하게 써서, 생기가 넘치는 풍경화를 그려 낸 듯했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살랑였으며, 연못 수면에는 햇빛이 반짝반짝 부서졌다. 손아윤은 양순자가 건네준 물고기 먹이를 받아 허리를 숙여 연못에 뿌렸다. “사모님.” 대나무 숲에서 세월에 닳은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손아윤은 양순자와 눈을 마주친 뒤, 그쪽을 향해 물었다. “거기 누구예요?” “사모님, 저는 성광민이에요.” 성광민. 회장의 곁을 지키는 전속 집사. 목소리는 분명 그 사람과 비슷했지만, 그는 끝내 대나무 숲 뒤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 “아주머니, 저쪽으로 좀 가서 확인해 봐요.” “아가씨, 혹시 나쁜 사람이면 어떡해요?” 그 말도 맞았다. 남녀 힘 차이는 크고, 이 구석은 또 한적했다. “이쪽에는 저랑 도우미 아주머니밖에 없어요. 나오셔서 말해요.” “제가 안 나오는 게 아니라, 사실은... 제가 사모님을 놀라게 할까 봐요.” ‘놀라게 한다니, 설마 얼굴이 망가진 건가?’ “무슨 일을 겪으셨어요?” “제가 얼마 전에 실수로 한 번 넘어졌는데, 상황이 좀 심해서요. 그래서...” “넘어졌을 뿐인데 뭐가 그렇게 무서워요. 황산을 뒤집어쓴 것도 아니잖아요. 안 나오시면 그냥 갈게요.” 양순자가 곧장 휠체어를 밀며 원래 길로 돌아가려 했다. “사모님!” 뒤에서, 그 낡은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손아윤이 고개를 돌려 보니, 상대는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다음 순간, 그는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었다. “눈이...” 예순을 훌쩍 넘긴 남자는 머리가 온통 희었고, 오른쪽 눈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으며, 왼쪽 눈 위쪽에는 멍 자국까지 보였다. “며칠 전에 외출했다가 실수로 넘어졌습니다. 세게 넘어지는 바람에...” 성광민이 느린 목소리로 설명했다. 곁에서 양순자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가씨, 그저께랑 그저께 전날 비 왔잖아요.” 비 오는 날은 길이 미끄러웠다. 나이도 많은데 넘어지면 크게 다치기 쉽다. “그래서 여기 온 건 재검사 받으려고요?” 손아윤이 성광민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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