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다리에 깁스해서 벗을 수가 없어.”
그녀는 다가가 수건을 그의 허리에 둘러 주며 말했다.
“잡아요.”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그의 바지를 벗겨 준 뒤, 그를 데리고 욕조 옆에 놓인 작은 만화 캐릭터 의자 앞으로 갔다.
“앉아요.”
키도 크고 덩치도 큰 남자가 윗몸을 드러낸 채 작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은 다소 우스꽝스러웠다. 손아윤은 그의 머리에 샴푸를 묻혀 한참 동안 문질러 씻겼다.
“거품이 잘 안 나네. 최주원 씨, 밖에서 안 씻었어요?”
“안 씻었어.”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어쩐지 돌아오자마자 씻겨 달라고 하더라니.
샴푸를 두 번이나 해야 겨우 거품이 일었다.
최주원은 거울 속에 비친, 볼을 부풀린 채 자신을 씻겨 주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때때로 복수심을 숨기지 않았다. 일부러 거품을 그의 눈썹과 뺨에 묻히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샤워기를 들어 머리 위로 직접 물을 쏟아부었다.
물이 그의 몸을 타고 흘러내리며 깁스를 한 다리에 닿을 뻔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손아윤, 지금 복수하는 거지?”
그녀가 수건으로 그의 머리를 닦아주려 하자 그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맞아요. 싫으면 저한테 씻겨 달라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 찾던가요!”
손아윤은 득의양양하게 턱을 치켜들며 덧붙였다.
“4월인데 날씨도 벌써 따뜻해졌잖아요. 안 씻으면 냄새나서 죽을걸요.”
최주원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나랑 같이 자는 사람이 너라는 걸 상기시켜 줘야 할까?”
그가 냄새가 난다면 그 냄새로 가장 괴로울 사람은 그녀일 터였다.
“제대로 씻겨 줘. 안 그러면 더럽고 냄새나는 걸 직접 감당해야 할테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던 샤워 볼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손아윤은 굳은 표정으로 샤워 볼을 낚아채 바디워시를 묻혀 거품을 낸 뒤, 그의 몸을 힘껏 문질렀다.
“쓰읍!”
그녀가 그의 앞으로 돌아섰을 때, 그는 다시 한번 그녀의 손목을 세게 붙잡았다.
최주원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손아윤, 피부까지 벗겨낼 필요는 없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