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도강우의 말투로 보아 그는 심하윤의 물건을 그대로 두겠다는 뜻처럼 들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집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도련님... 곧 임다인 씨와 결혼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하윤 씨와는 이미 이혼도 하셨고요. 이 물건들은...”
그 순간, 도강우의 날카로운 시선이 집사에게로 꽂혔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집사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곧장 뒤로 물러난 집사는 가정부들을 불러 치워졌던 물건들을 전부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놓게 했다.
도강우는 말없이 2층으로 올라가 서재로 향했다.
그는 책상 서랍을 열어 이혼 서류를 다시 꺼내들었다. 서류를 한동안 바라보며 그는 문득 깨달았다.
왜 그녀가 끝까지 이혼을 고집했는지,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심하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병세를 알고 있었던 거다.
“똑똑.”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 밖에서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문이 열리며 우혁이 머리를 내밀었다.
도강우의 차가운 시선이 곧장 그를 향했다. 그 시선을 마주친 우혁은 순간 몸을 움찔했다.
“왜 불렀어?”
태연한 말투였지만 도강우의 표정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그 눈빛에 기세가 눌린 우혁은 황급히 양손을 들어 보였다.
“야, 나 진짜 몰랐어. 성시완이 가짜 진단서 쓸 줄은... 그리고 전에 건강검진할 때 하윤 씨는 안 했던 거야?”
건강검진?
도강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감정을 감추듯 다시 무표정해졌다.
그 반응에 우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진짜 안 해줬다고? 하윤 씨를 그렇게까지... 건강검진 하나도 안 해줄 정도였어?”
도강우는 짧고 냉정하게 말했다.
“신경 안 썼으니까.”
그 말에 우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진짜 대단하다.’
그 정도였으니 심하윤이 유언장에 그런 말을 남긴 것도 이해가 됐다.
애초에 누구도 용서할 마음 따윈 없었던 거다.
우혁은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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