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심하윤... 저런 사악한 놈한테 찍히고도 과연 도망칠 수 있을까?”
주세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펼쳐질 일들이 묘하게 기대되는 기분이었다.
한편 별장에서.
도강우는 담배에 불을 붙인 채 컴퓨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심하윤에게 느끼는 감정이 단순한 책임감일 뿐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 생각을 끝으로 그는 다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집사가 심하윤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왔고 도강우의 옆방으로 안내하며 손에 든 섬세한 레이스 잠옷을 건네주었다.
잠옷을 본 심하윤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가 이내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그녀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강우한테 전해주세요. 이런 옷은 임다인한테 입히라고요. 전 안 입어요.”
그러고는 힘껏 문을 닫았다.
심하윤은 문에 등을 기대선 채,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
‘젠장.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나를 이렇게 모욕해?’
집사는 그녀의 격한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용히 도강우를 찾아 서재로 향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전했고 도강우는 집사를 잠시 쳐다보고는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련님?”
“먼저 나가 있어.”
그는 고개조차 들지 않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가 화난 기색은 보이지 않자 집사는 안심하고 조용히 물러났다.
그날 밤, 도강우는 그녀를 찾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심하윤은 짙은 다크서클을 드리운 얼굴로 1층에 내려왔다. 거실에는 이미 도강우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보자 심하윤의 가슴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
계단 입구에 멈춰 선 그녀는 붉어진 눈으로 도강우를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이리 와.”
도강우는 무심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래전의 냉정하고 무표정한 도 대표가 눈앞에 되살아난 듯했다.
심하윤은 등에 소름이 돋았지만 이내 거실의 익숙한 인테리어에 시선을 두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심호흡한 뒤 그녀는 천천히 도강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강우는 옆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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