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멋진 결혼식을 위해 하정현은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었다.
조그만 웨딩 링 하나부터 예식장 전체 디자인까지, 그는 직접 참여해 일일이 챙겼다.
이 결혼식에 대해 지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결혼식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하정현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더 기대했다.
“정말 하정현한테 이렇게까지 할 거야? 지승호에 비하면 그다지 큰 죄도 없잖아.”
시스템은 그녀가 하정현에게 가하려는 복수를 보고 슬며시 연민을 섞어 말했다.
지연우의 계획이 지나치게 매서웠기 때문이다.
지연우는 냉소를 터뜨렸다.
“그럼 뭐가 안 심한 건데?”
하정현이 저지른 일은 분명 지승호만큼 잔혹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승호가 복수할 때마다 그는 말리는 대신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겉보기에는 선량한 척하면서도 행동은 지독히 역겨웠다.
하정현은 그녀의 곁에 자신 하나뿐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끝내 그녀를 버리고 강유림을 도왔다.
마음이 이미 딴 데로 기운 사람을 그녀가 다시 돌아볼 이유는 없었다.
그 역시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마침내 하정현과 지연우의 결혼식 날이 찾아왔다.
수없이 머릿속으로 예행연습을 했는데도, 그날이 되자 하정현은 여전히 잔뜩 긴장했다. 꽃길 끝에 선 그는 깊은 한숨만 연달아 내쉬었다.
드디어 그는 다시 한번 지연우를 품에 안을 수 있고, 이번에는 그녀가 완전히 자신의 사람이 될 거라고 믿었다.
앞으로 둘의 날들은 틀림없이 더 나아질 거라고, 하정현은 속으로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했다.
주례가 마지막 말을 마치자,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지연우가 늘 좋아하던 곡이었다.
약혼 후에도 그녀는 손을 꼭 잡고, 결혼식에서도 꼭 이 곡을 틀고 싶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었다.
이제 그녀의 꿈이 이루어졌고, 하정현도 마침내 사랑을 얻을 순간이었다.
그는 뛰는 가슴을 애써 다독이며 꽃길 끝을 바라봤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미소는 그대로 굳었다.
복도 끝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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