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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김나은은 마침내 마음속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다. 그리고 결혼한 첫날, 그가 파산했다. 결혼한 지 5년, 그녀는 빚을 갚기 위해 하루 20시간씩 일을 하며 아들까지 데리고 폐지를 주워 모았다. 아들의 생일, 38도의 더위 속에서 두 사람은 무거운 인형 옷을 입고 호텔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땀이 비처럼 흐를 때 직원이 다가왔다. “전단지 나누는 두 분, 오늘 운이 좋으세요. 유 대표님의 사랑하는 사람 아들이 여기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어요. 아이가 마침 이 캐릭터를 좋아하니 들어가서 춤 한 번 춰보세요. 그러면 200만 원을 드리겠습니다." 그 ‘거액’을 위해 그들은 금빛 화려한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고개를 들었을 때, 그들은 천둥에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말쑥한 양복을 입고 주인 석에 앉아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유한주였다. 그는 마치 과거의 영광을 되찾은 듯 긴 손가락으로 샴페인 잔을 잡고 옆에 있는 여자에게 고개를 숙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는 그녀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직원을 붙잡고 물었다. “방금 말씀하신 유 대표님이 유한주라고요? 파산한 거 아니었나요?” “파산이라니요?” 상대방은 그녀를 바보 취급하며 쳐다보았다. “유 대표님은 재벌이죠!” 그녀는 마치 얼음 구덩이에 빠진 듯했다. “한주야...” 송서희가 이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아들에게 이렇게 큰 파티를 열어줘서 고마워. 그런데 오늘이 네 아들 생일이기도 하잖아. 같이 보내는 건 어때?” 유한주는 천천히 손을 들어 송서희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귀 뒤로 넘겨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필요 없어. 말했잖아. 내 평생의 돈은 너에게만 쓸 거라고. 서희야, 약속은 꼭 지킬게.” 음악 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지자 직원이 그녀를 거칠게 밀었다.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춤이나 춰요!” 김나은은 피 맛이 느껴질 때까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멍하니 인형 옷을 입은 채 몸을 흔들었다. 망사 사이로 유성의 움직임이 멈춘 것을 보았다. 너무 똑똑한 아이이니 분명히 아빠의 목소리를 알아들었을 것이다. “춤 잘 추네!” 송서희의 아들 호영이 갑자기 돈다발을 집어 던졌다. 지폐가 바람에 흩날려 그들 위로 떨어졌다. “하하하, 정말 재밌어.” 서로를 마주 보며 웃고 있는 유한주와 송서희의 눈빛에는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 김나은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 5년 동안, 유한주는 파산한 척하며 그들을 속여왔다. ‘송서희에게 했던 그 약속, 그의 돈은 평생 송서희만을 위해 쓸 것이라는 그 약속 때문이었을까? 아직 송서희를 잊지 못했던 건가?’ 기억이 칼처럼 심장을 쿡쿡 찔렀다. 김나은은 유씨 가문 집사의 딸이었다. 어릴 때부터 유한주는 왕자님이었고 그녀는 구석에 숨어 그를 몰래 지켜보는 그림자일 뿐이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단지 그가 소꿉친구 송서희를 하늘처럼 떠받드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19살이 되던 해 그는 송서희를 위해 배 전체를 빌려 성인식을 열며 밤새도록 불꽃을 쏘아 올렸다. 송서희는 최고급 드레스를 입고 그의 품에 안겨 가냘픈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화려해.” 그는 웃으며 그녀를 꽉 안아주더니 너무나도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최고의 것을 누릴 자격이 있어. 어차피 난 돈이 많아. 내 돈은 앞으로 우리 착한 서희에게만 쓸 거야.” 나중에 두 사람은 심하게 싸웠다. 토라진 송서희가 헤어져 외국으로 갔을 때 그는 미친 듯이 공항으로 쫓아갔다. “더는 귀찮게 하지 마. 나 결혼할 거야.” 그녀의 한 마디에 그는 완전히 무너졌다. 그날 밤 그는 술에 취해 자신을 돌보러 찾아온 김나은을 침대로 끌어들였다. “나 좋아해?” 그는 김나은의 손을 꽉 쥔 채 흐릿한 눈으로 물었다. 김나은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는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너랑 결혼할게. 내가 서희를 잊게 해 줘.” 그녀는 너무나도 어리석게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걸 느끼며 그에게 응했다. 그러나 결혼 첫날, 그는 파산했다. 그의 돈을 탐내지 않았던 김나은은 기꺼이 그와 함께 고생하기로 했다. 반지하에 살고 남은 음식을 먹으며 추운 겨울에 세 가지 일을 했다... 심지어 그가 가장 낙담했을 때 유성이를 낳았다. 김나은은 언젠가는 그가 자신을 알아봐 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런 날은 결코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파티는 금방 끝났다. 사람들이 흩어진 후 김나은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떨리는 손으로 유성이의 인형 옷을 벗겼다. 아이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지만 소리 내어 울지는 못했다. 조그마한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엄마...” 아이는 흐느끼며 물었다. “아빠가 우리를 5년 동안 속인 거 맞죠? 돈이 전혀 없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우리를 사랑하지 않은 거잖아요. 그래서 돈을 한 푼도 우리에게 쓰지 않고 전부 그 아줌마랑 아들에게 준 거잖아요...” 김나은은 순간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지며 자신이 좋은 엄마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한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아들에게 5년 동안이나 고생을 시켰다니. 아이를 꽉 안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아빠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너까지 고생하게 했어...” 5년이었다. 그는 거지 행세를 하며 그들을 5년이나 속여왔다. 그녀와 아들이 썩은 채소를 먹고 있을 때, 그는 사랑하는 여인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다. 그녀와 아들이 빚쟁이들에게 며칠만 더 용서해 달라고 무릎 꿇고 빌 때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경매에서 수백억을 썼다. 그녀의 아들 생일에 전단지를 나눠주며 그의 빚을 갚고 있었을 때, 그는 사랑하는 여인의 아들을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생일 파티를 열었다. 그녀는 아들을 안고 결심했다. “엄마는 이제 아빠 필요 없어. 유성아, 엄마랑 같이 가자. 엄마가 너를 좋아해 주고 사랑해줄 새로운 아빠를 찾아줄게. 알았지?” “네!” 유성이는 슬프게 울었다. “멀리 떠나요. 다시는 아빠 필요 없어요.” 김나은은 유성이를 데리고 변호사 사무실로 가서 이혼 서류를 작성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국수를 끓이고 아이와 함께 생일 케이크 조각을 나눠 먹었다. 밤이 되자 유한주가 돌아왔다. “왜 아직 안 자?” 돌아왔을 때 그는 이미 수제 맞춤 정장을 벗고 싼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김나은은 말없이 서류를 그에게 건넸다. “돌아왔으면 서명해요.” “이게 뭐야?”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휴대폰이 울렸다. 송서희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한주야, 외투 챙겼어? 호영이가 너랑 별똥별 보러 간다고 기다리고 있어. 이러다가 놓치겠어.” 유한주는 부드럽게 대답하고 나서 급히 서명하고 떠났다. 문 닫는 소리가 나는 순간, 김나은은 나지막이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한주 씨, 이건 이혼 서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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