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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엄마, 그럼 이제 아빠랑 이혼한 거예요?” 유성이 이미 서명된 이혼 합의서를 손에 쥔 채 작은 얼굴을 들고 물었다. 김나은은 몸을 숙여 아들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아직 숙려 기간이 남았어. 그 기간이 지나면 엄마가 너를 데리고 이곳을 떠날 거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유성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기대감이 반짝였다. 그 후 며칠 동안, 유한주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김나은은 송서희의 SNS를 통해 그가 송서희 모자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하고, 호영의 학교 행사에 참석했으며 고급 레스토랑에 출입하는 것을 보았다. 사진마다 그의 미소는 너무나도 다정했다. 그것은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김나은은 사진을 하나하나 넘기며 보았다. 모든 사진이 마치 무딘 칼날처럼 다가와 둔탁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녀는 5년 전의 초라했던 결혼식을 떠올렸다. 웨딩홀도, 웨딩드레스도, 심지어 하객도 없었다. 그녀는 수년간 매일 다섯 가지 일을 했다. 배달하다 길가에 쓰러져도 병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리고 유성이는 걷기 시작할 때부터 그녀를 따라 쓰레기를 줍고 전단지를 돌리며 ‘파산’한 아빠의 빚을 갚았다. ‘얼마나 우스운 꼴이야.’ 유한주는 일주일 후에야 돌아왔다. 문이 열리자마자 그가 한마디 던졌다. “짐 정리해. 유성이 데리고 나갔다 올게.” 김나은은 얼어붙었다. ‘분명 모든 돈을 송서희에게만 쓸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뀐 거지? 유성이를 데리고 나가고 싶다고?’ “됐어요.”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거절했다. 유한주가 얼굴색이 변하며 더 말을 하려던 순간, 집주인이 문을 두드리며 집 빼는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자고 했다. 유한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갑자기 이사하려고 그래?” 자신이 아들과 함께 이곳을 완전히 떠나려 한다는 것을 유한주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김나은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싶어요.” 유한주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이곳의 월세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고 여기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가서 이야기해. 내가 유성이를 봐줄게.” 김나은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래도 그가 유성이의 친아빠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집주인은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였다. 그녀는 김나은을 계단으로 끌고 갔다. “나은 씨, 몇 년이나 여기서 살았는데 월세가 비싸서 그러는 거면 내가 좀 깎아줄게. 절반 정도면 어때...” “아니에요.” 김나은은 고개를 저었다. “저 이혼 절차 밟고 있어요. 곧 이 도시를 떠날 거예요.” 그 말을 들은 집주인은 충격적인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이혼? 나은 씨가 먼저 제안했어? 아니면 남편이 제안했어?” 잠시 뜸을 들인 후,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남편이 제안했을 거야. 나은 씨가 남편을 그렇게 사랑하는데 어떻게 떠날 생각을 하겠어...” 김나은은 눈을 내리깐 채 마음속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외부인조차도 그녀가 한때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자 집주인은 그녀의 상처를 건드릴까 서둘러 말했다. “나은 씨가 이미 결정했다면 그렇게 해. 지금은 슬프겠지만 남편이 나중에 나은 씨를 놓친 걸 후회할 거야.” 김나은이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집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녀는 의아하게 유한주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 서른 번째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연결이 되지 않자 그녀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는 뛰쳐나가 미친 듯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었다. 마침내 작은 가게 주인 할머니가 알려줬다. “나은 씨 남편? 아이 데리고 차 타고 어디 병원에 간다고 하던데?” ‘병원?’ 김나은은 온몸이 차가워졌다. 비틀거리며 병원에 달려간 김나은은 수술실 밖에서 유한주의 목소리를 들었다. “매칭이 아주 잘 됐어. 수술 끝나면 호영이는 나을 거야.” 송서희가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 “네가 유성이 데리고 골수 기증하러 온 거 김나은 씨가 알면 난리 나지 않을까?” 유한주는 잔인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유성의 아빠야. 서명도 합법적이고 모든 절차를 규정대로 했어. 나연이가 알아봤자 소리 지르는 것밖에 할 수 없어.”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더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수술은 이미 시작됐어. 나은이가 호영이를 구하는 것을 방해하게 두진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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