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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김나은은 복도 모퉁이에 선 채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가 오늘 갑자기 돌아온 이유가 유성의 골수 때문이었다니. 유성이를 데리고 나갔다 온다던 그의 말은 아이를 수술대에 올리려 속인 것이었다. 결국... 그는 자기 아들의 목숨마저 송서희 아이의 건강을 위해 내놓으려 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수술 대기실로 달려들어 거의 찢어질 듯 쉬어버린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한주 씨! 유성이를 데리고 나온 게 속여서 골수를 기증하게 하려고 그랬던 거였어요?” 유한주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여기서 난리 치지 마.” “제가 난리 친다고요?” 김나은은 온몸을 떨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유성이가 한주 씨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매일 한주 씨 그림을 그리고, 꿈에서도 아빠를 불렀어요! 한주 씨의 빚을 갚겠다고 다섯 살부터 나와 함께 병을 줍고 전단지를 돌렸어요! 그런데 한주 씨는 뭐죠? 자기 아들의 목숨까지 송서희 씨 아이의 건강을 위해 내놓으려고 하는 거예요?” “단순한 골수 이식이야. 죽지 않아.” 유한주의 목소리는 무섭도록 차분했다. “호영이의 백혈병은 기다릴 수 없어. 이건 생명과 직결된 일이야.” “그럼 유성이는요?” 김나은은 미친 듯이 그를 잡고 물었다. “겨우 다섯 살이잖아요! 수술 동의서도 한주 씨가 속여서 받은 거잖아요! 한주 씨가 아빠 노릇을 할 자격이 있어요?” 유한주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김나은, 날 화나게 하지 마.” 그녀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갑자기 나타난 경호원들에게 꼼짝없이 제압당했다. 그때, 수술실 문이 갑자기 열리며 간호사가 다급하게 뛰쳐나왔다. “큰일 났어요! 두 아이 모두 심각한 출혈이 생겼어요! 호영이는 희귀 혈액형이라 혈액은행에 재고가 부족해요!” 유한주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 그는 번개처럼 김나은에게 고개를 돌리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지은 채 말했다. “너 RH 음성 혈이잖아.” 김나은의 동공이 수축했다. “가서 헌혈해.” 그가 명령했다. “지금 당장.” “꿈도 꾸지 말아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송서희 씨의 아이잖아요! 제가 왜...” “네가 헌혈하지 않으면 유성이도 수혈받지 못해.” 유한주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의 목소리는 독기가 서린 듯 차가웠다. “병원 혈액은행 자원은 내가 결정해.” 김나은은 벼락을 맞은 듯 얼어붙었다. ‘유성이의 목숨으로 나를 협박하다니...’ 그녀는 유한주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두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좋아요... 헌혈할게요.” 채혈 과정은 길고 고통스러웠다. 간호사는 600cc를 채혈한 후 유한주를 망설이며 바라보았다. “유 대표님, 더 채혈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계속해.” 그는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김나은의 얼굴은 핏기없이 창백해졌다. 눈앞이 깜깜해졌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녀는 유성이를 구해야 했다. ‘온몸의 피를 다 뽑아낸다고 해도 반드시 유성이를 살릴 거야.’ 의식이 희미해지기 직전, 그녀는 유한주가 간호사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일단 호영이부터 수혈해요.” 다시 눈을 떴을 때, 김나은은 온몸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엄마!” 조그마한 형체가 그녀의 품으로 뛰어들더니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파요... 엄마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어요...” 유성이였다. 김나은은 떨리는 몸으로 아이를 품에 안았다. 눈물이 아이의 옷깃을 순식간에 적셨다. “미안해... 엄마가 널 잘 지켜주지 못했어...” 유성이가 작은 손을 들어 서툰 솜씨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엄마 울지 말아요. 저 안 아파요.” 심장이 칼에 베인 듯 아팠지만 그녀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엄마 퇴원하면 우리 떠나자. 알았지?” “어디로 가요?” “아빠 없는 곳으로.” 유성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언제 가요?” “사흘 뒤에 가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병실 문이 쾅 열리더니 유한주가 문 앞에 섰다. 그의 눈빛은 한없이 어두웠다. “어딜 가?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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