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유성이는 유한주를 보자마자 김나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아이의 작은 몸이 겁에 질려 떨림을 멈추지 못하는 걸 느끼며 김나은은 마음이 아파 미칠 것 같았다.
그녀는 유성이를 꽉 안고 싸늘한 눈빛으로 유한주를 바라보았다.
“한주 씨랑 상관없어요.”
유한주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두 사람은 항상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이토록 차갑게 대하는 두 사람을 보며 유한주는 알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예전의 냉담하고 오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서희가 이혼하고 돌아와서 혼자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으니 내가 도울 수 있는 만큼 돕는 거야. 어쨌든 우리 애도 괜찮으니 너무 그러지 마.”
김나은은 흉기로 심장을 찌른 듯 아파졌다.
“송서희 씨와 다른 사람의 아이잖아요. 유성이야말로 한주 씨의 핏줄이라는 걸 몰라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한주 씨는 자신의 아이를 속여 수술대에 올렸어요! 한주 씨, 이 오랜 시간 우리가 한주 씨를 위해 뭘 희생했는지 알아요?”
유한주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망했을 때 너보고 가라고 했잖아. 그런데 네가 억지로 남겠다고 했지. 나는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했어. 그런데 네가 억지로 낳았고.”
그의 목소리는 무심하게 들려왔다.
“이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너희들에게 그 무엇도 강요하지 않았어. 모든 건 너희들이 스스로 원해서 한 일이잖아. 안 그래?”
김나은의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는 몸이 미세하게 떨렸고,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그래, 스스로 원해서였어.’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을 잃어버렸고, 언젠가는 그가 자신을 돌아봐 줄 거라고 순진하게 믿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을 것이라 마음먹었다.
그녀는 붉어진 두 눈으로 슬픔을 애써 감추며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요. 한주 씨 말이 맞아요. 제가 미쳤었어요.”
유한주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싸늘하게 그들을 훑어보고는 뒤돌아섰다.
그 후로 며칠 동안, 김나은과 유성이는 병원에서 요양했다.
간호사들은 늘 유한주가 송서희 모자에게 보여주는 다정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유 대표님이 송서희 씨에게 20억짜리 보석 세트를 사주고, 그 아이에게는 전 세계 한정판 레고를 사줬다는 소문이 있어요!”
“어제도 직접 고급 레스토랑에 같이 가서 식사했는데 그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하자 유 대표님이 아이스크림 트럭을 통째로 사줬다지 뭐예요...”
김나은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더는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퇴원하던 날, 그녀는 유성이가 꿈에 그리던 놀이공원에 갔다.
그녀는 평소 사주지 못했던 솜사탕, 만화 캐릭터 풍선, 그리고 유성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자동차를 사주었다.
유성이는 장난감을 안고 눈을 반짝였지만 다른 아이들이 아빠의 손을 잡은 것을 보고는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엄마.”
유성이는 갑자기 고개를 들고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엄마만 옆에 있으면 전 정말 행복해요.”
김나은의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녀는 유성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놀이기구 탈래? 엄마랑 같이 가자.”
입장권을 살 때 직원이 친절하게 추천했다.
“세 분이시다면 가족권으로 구매하시는 게 더 저렴해요.”
유성이가 고개를 저었다.
“두 장 주세요. 저는 아빠가 없어요.”
“아빠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김나은은 유한주가 송서희와 호영의 손을 잡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차분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뭘 잘못 말했나요? 유성이와 하루라도 함께 있어 준 적이 있어요?”
유한주는 말문이 막혔다.
직원은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열정적으로 홍보했다.
“세 분은 가족권으로 구매하세요. 남편분은 잘생기셨고, 아내분은 아름다우시고, 아이도 너무 귀여워요. 딱 봐도 행복한 가족이네요.”
직원의 칭찬에 송서희는 기분이 좋아져 수줍게 웃으며 가족권을 구매했다.
유성이는 고개를 숙인 채 작은 손으로 김나은의 옷자락을 꽉 잡으며 눈가를 붉혔다.
카트 경기장에 들어서자 이런 것을 타본 적이 없던 김나은은 아이가 다칠까 봐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달렸다.
반면, 유한주는 호영에게 방향 조종법을 인내심 있게 가르치고 있었다.
그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래, 그렇게. 천천히...”
그것은 그녀와 유성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내심이었다.
호영은 금세 배우고는 혼자 운전하겠다며 소리쳤다.
송서희는 웃으며 그러라고 하고는 호영에게 따로 차 한 대를 빌려주고 유한주와 한가롭게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들이 멀리 떨어지자 호영이 갑자기 차 머리를 돌려 김나은과 유성이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
“너희 이 거지들, 왜 아저씨를 잡고 놔주지 않는 거야? 나랑 우리 엄마에게 자리 양보하라고!”
그는 소리치며 그들의 차를 세게 들이받았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