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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강유진은 가방에서 직접 준비해온 기획안을 꺼내 민 대표에게 보여주며 민 대표의 의문점을 하나하나 풀어주었다. 민 대표가 어떤 질문은 하든 강유진은 막힘없이 술술 대답했다. 그 덕에 민 대표의 눈빛에는 점점 더 많은 호감과 감탄이 담기게 되었다. 하재호가 돌아왔을 때 강유진은 이미 거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여하간에 남의 인맥을 빌려온 자리였던지라 강유진은 예의상 하재호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하재호는 건조하게 대꾸했을 뿐 시선은 여전히 단 한 순간도 강유진에게 머물지 않았다. 대신 옆에 있던 민 대표를 보며 물었다. “무슨 얘기 중이었어요?” 민 대표가 막 두어 마디 설명하려는데 하재호의 핸드폰이 계속 진동을 울리며 급한 듯 그를 찾고 있었다. “둘이 먼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난 답장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하재호는 옆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진지한 얼굴로 답장을 작성했다. 힐끗 그의 핸드폰을 본 강유진의 눈에 익숙한 프로필 사진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것은 노윤서의 프로필 사진이었다. 그제야 하재호가 왜 이토록 진지하게 답장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 여자한테 답장을 보내느라 민 대표님까지 옆에 덩그러니 내버려 두다니...’ 물론 지금의 강유진은 그런 하재호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계속 핸드폰에 집중하길 바랐다. 그래야 자신이 민 대표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 일은 정말로 그녀의 바람대로 흘러갔다. 하재호는 내내 핸드폰을 붙잡은 채 그들의 대화에 한마디도 끼어들지 않았다. 가끔 그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고 눈빛은 한없이 다정하고도 온화하였다. 7년이나 그와 알고 지냈건마는 강유진은 이런 하재호의 표정을 처음 보았다. 늘 냉정하고 일밖에 모르던 그에게도 이렇게 다정하고 온화한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 예전에 며칠이고 그녀의 문자를 무시하던 그가 지금은 다른 여자를 위해 중요한 자리에 나와 있음에도 외면하고 오로지 그 여자와의 대화에 몰두하고 있었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강유진은 그에게 좋은 대접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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