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화

하재호는 잠시 강유진을 빤히 보다가 차갑고 낮게 깐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로 못 사는 거야, 아니면 알려주기 싫은 거야? 강유진, 내 인맥을 멋대로 이용했으면서 이런 태도를 보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게 네가 세상 살아가는 방식이야?” 강유진은 예전에는 하재호가 이렇게 설교를 즐기는 사람인 줄은 몰랐다. 아주 꼰대 기질이 가득했다. 자신이 예전에 어떻게 이런 그를 참고 넘겼는지를 모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는 참을 생각이 없다. “제가 어떻게 살든 하 대표님과 무슨 상관이죠?” 그러자 하재호의 눈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낮게 쏘아붙였다. “네가 상관없다고 하면 정말로 상관없는 거야? 대체 누가 너한테 그런 용기를 준 거지? 감히 나한테 이딴 식으로 말해? 서태우야? 아니면 허재열?” 이름을 하나씩 뱉을 때마다 하재호는 한 걸음씩 다가갔다. 그의 몸에서 익숙하면서도 조금은 낯선 향기가 풍겨왔다. 그 향기는 여성 향수 향기였고 언젠가 노윤서에게서 맡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돌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의 향기가 완전히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리고 다시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칼날처럼 서늘했다. “어쨌든 하 대표님이 준 건 아니라는 거면 된 거죠.” 하재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비웃었다. “예전에는 이런 성격을 어떻게 참은 거지?” 강유진은 여전히 담담했다. “그건 하 대표님이 저에 대해 저대로 몰랐다는 뜻이 되겠죠.” 그녀의 목소리와 표정은 유난히도 담담했고 아무런 감정의 파동이 전혀 없었다. 프라임을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까지 담담해질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불쾌한 대화는 강유진의 기분을 전혀 망가뜨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화랑홀딩스의 민 대표가 다음 날에 프로젝트를 자세히 논의하자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재호가 노윤서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샀는지 못 샀는지는 강유진이 알 바가 아니었다. 다음 날, 민 대표와의 미팅은 아주 순조로웠지만 그는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민 대표는 강유진 쪽에서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