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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원래 약속 장소는 두 사람이 묵고 있는 호텔 근처였는데 다음 날 갑자기 장소가 바뀌었다. 강유진은 허재열의 지도교수에 대해 대략 알아보았다.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기술 전문가로 제자는 많았지만 그의 눈에 드는 학생은 극소수였다. 허재열은 그 몇 안 되는 제자 중 하나였다. 허재열은 그 교수의 성격이 냉정하고 엄격하다고, 학교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했다고 했다. 학생의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면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석사 졸업 시즌마다 그가 가장 자주 쓰던 지도평가는 이것이었다. [어디 밖에 가서 내가 네 지도교수였다고 말하지 마라.] “그럼 졸업이 곧 제적이네요?” 강유진은 감탄하며 말했다. “이런 부분에서는 제 선생님과도 비슷하네요.” 평소에 자기 얘기는 잘 안 하던 강유진이라 허재열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유진 씨 선생님은 어떤 과목을 가르치셨어요?” “경제예요. 근데 저도 제적당했죠.” 허재열은 더 묻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지하고 책임감 있는 선생님일수록 더 엄격하죠. 제 교수님도 그래요. 이번 AI 정상회의의 핵심 인사인데도 그동안 가르쳤던 학생들에게 초대장 하나 안 주더라고요. 그러면서 말씀하셨어요. 세상에는 공짜는 없으니 원하는 게 있으면 스스로 쟁취하라고요. 그래서 초대장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어요.” 이 말을 하면서 허재열은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강유진이 초대장 두 장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유진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낙관적이었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달랐다. “그러니까 재열 씨 교수님께서는 직접 전화해서 하루 일찍 오라고 하신 거잖아요. 분명 우리가 만든 유노이안이 마음에 드셨을 거예요.” 허재열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했다. 강유진은 다시 기운을 차렸다. “전 느낌이 좋아요. 이번 회의에서 우린 분명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 반 시간 후, 차량은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어느 한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허재열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알고 있는 교수님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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