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서동민이 담담하게 말했다. “몰라. 뭔가 말을 걸려고 다가온 것 같던데.” 노윤서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네가 호구인 줄 알고 이용하려고 접근했나 보다. 나 그런 여자들 많이 봤거든.” 서동민은 노윤서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그녀 뒤에 서 있는 하재호에게 인사를 건넸다. “재호야, 오랜만이다.” 하재호는 담담하게 답했다. “오랜만.” 그때 하재호와 노윤서를 보고 마중 나와 있던 서태우는 서동민과 하재호의 대화를 듣더니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형들 언제부터 이렇게 어색해진 거야? 아니면 한 여자 때문에 여전히 서로 질투하는 거야?” 노윤서는 웃으며 말을 돌렸다. “장난 그만해.”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얼굴에는 은근한 즐거움과 자부심이 스쳤다. 하재호와 서동민. 두 남자는 노윤서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남자들이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전 남자 친구였고 다른 한 명은 곧 현재가 될 남자였다. ... 강유진은 진도훈과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프라임과 완전히 계약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라 명확한 답을 줄 수는 없었다. 진도훈은 직접 벨루나 문 앞까지 강유진을 배웅했다. 강유진은 술을 조금 더 마신 진도훈을 먼저 보낸 뒤 미리 불러두었던 택시를 기다렸다. 차를 기다리던 중, 강유진은 익숙한 차량 번호판을 발견했다. 과거 그녀가 자주 운전했던 하재호의 차였다. 차 안에는 강유진이 하재호를 위해 준비했던 안전을 기원하는 부적이 걸려 있었다. 이때, 검은색 마이바흐가 그녀 앞에서 멈췄다. 차창이 내려가고 완벽에 가까운 하재호의 얼굴이 드러났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밤이 깊어서인지, 아니면 그녀의 착각인지, 강유진은 그의 눈빛이 유독 부드럽게 느껴졌다. 순간 강유진은 가슴이 두근거려 모든 감각이 멈춘 듯했다. 그 깊은 눈빛 속에서 그녀는 과거의 여러 밤을 떠올렸다. 깊이 사랑할 때면 하재호는 강유진의 귓가에 엎드려 한 번 또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렀다. 거칠면서도 부드럽고, 격렬하면서도 온화하게. 그 모든 감정이 뼛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