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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민도영이 되물었다. “너도 안 갔잖아. 왜 안 갔어?” “사람 많은 데는 별로야.” “나도 그래.” “그럼 어디 앉아서 얘기나 할까요?” 강유진이 먼저 제안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제안에 동의했다. 구경하겠다고 고집부린 허재희만 빼고 네 사람은 강변에 있는 전망 카페로 향했다. 막 자리에 앉자마자 옆자리 여자애가 남자친구에게 들뜬 목소리로 한 얘기가 들려왔다. “방금 들었는데 오늘 불꽃 쇼에 돈 수십억 넘게 썼대! 어떤 재벌이 여자친구에게 불꽃 보여주려고 준비한 거래!” “대박... 그럼 우리는 운 엄청 좋은 거네.” 그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밖 하늘이 화려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불꽃이 피어오르는 그 순간은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강유진조차 고개를 들어 그 빛을 따라갔다. 그때 서태우가 단톡방에 음성메시지를 보냈다. 민도영은 자연스럽게 스피커폰으로 그 메시지를 확인했다. “재호 형이 오늘 밤 윤서 누나를 위해 불꽃 쇼를 준비했대. 돈 수십억을 썼다는데? 너희들이 이 좋은 구경을 놓쳐서 어떡하냐.” 민도영은 흠칫하더니 화면을 황급히 꺼버리면서 조심스럽게 강유진을 바라봤다. 어쨌든 강유진과 하재호는 한때 연인이었으니까. 게다가 강유진은 버려진 쪽이었다. 그 메시지를 들으면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었다. 민도영은 자신이 왜 강유진을 걱정하는지도 몰랐지만 의외로 강유진의 표정은 그저 덤덤할 뿐,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이 그저 평온한 얼굴을 보였다. 민도영은 헷갈렸다. 강유진은 정말 신경을 안 쓰는 걸까, 아니면 애써 괜찮은 척을 하는 걸까. 그는 강유진을 배려해서 서태우의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강유진은 하재호가 노윤서를 위해 이 불꽃 쇼를 준비했다는 걸 알고서도 자리를 뜰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그 불꽃 쇼를 주의 깊게 끝까지 봤다. 눈길 한 번 돌리지 않고 말이다. 그녀의 눈빛이 그토록 고요해서 속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민도영의 시선은 온통 그녀에게 쏠렸다. 화려한 불꽃이 아니라 무표정한 그녀의 옆모습에. 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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