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화

강유진이 대답했다. “아뇨. 없어요.” ‘데이트? 무슨 데이트? 누구랑?' ‘솔로가 무슨 데이트야! 그건 한가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야!; 서동민은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 미묘한 표정을 마침 맞은편에 앉은 민도영이 눈치채고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치 세상을 뒤흔들 비밀을 알아낸 듯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구경할 때가 아니었다. 아무리 궁금해도 민도영은 꾹 참고 입을 열었다. “강 대표님, 다른 약속 없으시다면 차라리 오늘 바로 얘기하는 건 어떨까요?” 강유진은 딱히 별다른 의견이 없었다. 일할 때는 시간 가리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프라임에서도 야근의 여왕으로 불렸던 사람이기도 했다. 서동민도 이 자리에 있다는 생각에 강유진은 서동민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서동민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그냥 프로젝트 잘 되어가고 있나 확인하러 온 거예요. 내가 있어도 괜찮다면 옆에서 듣기만 할게요.” 세화는 원래도 투자자 중 하나였기에 당연히 내용을 알 권리가 있었다. 그래서 서동민은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그런 그의 모습에 민도영은 더욱 확신했다. 100억의 투자는 세화에게 있어 그저 작은 투자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런 작은 투자에 대표가 직접 감사하러 온다는 건 말도 되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서동민에게 목적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서동민의 속셈을 들추지 않고 강유진과 일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허재열도 유노이안의 핵심 기술 담당자로 함께 논의에 참여했다. 밖에서는 허재희가 아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는 오빠 대신 강유진을 초대해 강가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가려던 참이었다. 강유진만 수락한다면 자신은 도중에 슬쩍 자리를 피해 허재열에게 고백할 기회를 주려고 했다. 그런데 이 작전은 시작도 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강유진과 허재열이 둘 다 워커홀릭이라는 걸 깜빡한 것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녀에게는 플랜 B가 있었으니까. 회의가 한창 진행될 때 허재희가 문을 두드리며 슬쩍 들어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