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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엄마, 저 그 사람하고는...” 강유진은 이 상황이 너무 불편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강서영에게 뭐라도 설명하려던 순간, 주방 쪽에서 하재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님, 정수기 고쳐놨어요. 한 번 써보세요. 물 잘 안 나오면 새 걸로 바꾸면 되니까요.” “또 번거롭게 했네.” 강서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확인하러 갔다. “아니요, 금방이에요.” 하재호는 말을 덧붙였다. “콘센트도 교체했어요. 전에는 불편했잖아요. 이건 스위치가 달려 있어서 안 쓸 때 끄면 돼요. 이제 발끝으로 꽂았다 뺐다 할 필요 없어요.” “그래? 아이고 고맙다, 재호야.” “별말씀을요. 오골계탕도 다 끓었어요. 식기 전에 드세요.” 강서영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강유진이 꺼내려던 말은 다시 목구멍으로 삼켜졌다. 아침 식탁은 유난히 풍성했다. 인삼 오골계탕에 닭고기가 들어간 야채죽까지 있었다. 강서영의 ‘감시’ 아래, 강유진은 억지로 두 그릇의 국과 한 그릇의 죽을 비웠다.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식사 후, 강서영은 딸에게 설거지를 시켰다. 하재호가 나서서 말했다. “제가 할게요.” 하지만 강서영이 막았다. “밥은 네가 했잖아. 그럼 설거지는 유진이 차례지. 넌 좀 쉬어.” 강유진은 말없이 싱크대 앞에 섰다. 그런데 그때, 아랫배에서 묵직한 통증이 밀려왔다. 익숙한 통증이었다. 생리통이 또 예상보다 빨랐다. 아무 준비도 못 했던 터라 통증이 순식간에 온몸으로 번졌다. 식은땀이 쏟아지면서 손에 들던 그릇이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쨍그랑. 하재호가 제일 먼저 뛰어 들어왔다. “다친 데 없어?” 그는 재빠르게 강유진을 유리 조각 사이에서 끌어냈다. 손끝이 떨릴 정도로 표정은 심각했다. 강유진은 배가 아파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거리를 두고 싶었는데도 결국 그에게 안긴 채로 소파로 옮겨졌다. “어떻게 된 거야?” 강서영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 “배가... 너무 아파요.” 강유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번에는 유난히 통증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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