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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어젯밤까지만 해도 사랑하는 여자랑 연애질하더니 오늘 아침에는 또 집까지 찾아와 눈도장을 찍었으니 말이다. 그게 시간 관리의 신 아니고 뭐겠는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나 분명히 말했을 텐데요.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다고. 서로 엮이지도, 건드리지도 말자고요.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 엄마한테 왜 들이대요? 무슨 꿍꿍인데요? 그렇게 하면 내가 마음이라도 약해질 줄 알았어요?” ‘하, 웃기지도 않네.’ 강유진은 그런 사람에게 마음 줄 생각 따윈 없었다. 그녀는 절대 미련 따위는 안 남기는 여자니까. 그런데 하재호는 그런 말에도 화내기는커녕 눈썹을 치켜들더니 그녀를 보며 물었다. “내가 그렇게 싫어?” 강유진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당연하죠. 나에게 총이 있었다면 벌써 당신에게 총알 두 발 쐈어요.” 하재호는 그 말에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표정은 너무나도 미묘했다. “그 정도면 정말 싫어하는 거네.” 강유진은 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강유진은 하재호를 기다리지도 않고 먼저 나가 버렸다. 하지만 하재호는 다리 길이의 차이를 활용해 몇 걸음 만에 그녀의 옆을 다시 따라붙었다. 하재호가 물었다. “내 차에 있던 부적, 네가 가져갔지?” 강유진은 발걸음을 더 재촉하며 말했다. “아니거든요? 근거도 없이 사람 모함하지 마시죠. 그리고 제발 우리 엄마 일에 끼어들지 마요. 내 인생에도 다시는 나타나지 말고요.” “그래.” 그는 무심하게 짧게 대답했다. 그가 진심으로 들은 건지, 흘려들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강유진은 할 말 다 했고, 더는 낭비할 에너지도 없었다. 오늘 날씨는 맑음이었다. 두 사람 사이로 오후 햇살이 길게 드리웠다. 그 빛이 마치 둘 사이의 선을 그은 듯 함부로 넘지 말라는 경고처럼 서늘했다. “아버지 생신이 곧이야.” 하재호는 땅바닥에 드리워진 두 그림자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야 미움받는 아들이지만 네가 한 번쯤 들러주면 좋아하실 거야.” 강유진의 걸음이 멈췄다. 그제야 오늘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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