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화
두 사람은 저녁을 함께 먹고 배현준은 강유진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예의상 집으로 초대해야 했지만 괜한 오해를 살까 봐 아파트 단지 앞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배현준은 늘 젠틀했고 강유진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다.
배현준이 차를 몰고 떠나고 강유진이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뒤에서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완이 대단하네. 배현준까지 홀렸어.”
‘징글징글하다, 정말!’
강유진은 심호흡을 하고 뒤돌아섰다.
하지만 시선은 하재호 쪽으로 향하지 않고 곧장 아파트 단지 입구로 걸어갔다.
완전히 그를 투명 인간 취급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하재호는 마치 그림자처럼 끈질기게 쫓아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강유진은 반사적으로 그의 뺨을 때렸다.
아주 시원하고 통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하재호의 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갔다.
그는 혀로 맞은 왼쪽 뺨 안쪽을 핥으며 갑자기 냉소했다.
“찔려서 발끈하는 거 보니 역시 맞았나 보네?”
“아저씨 대신 버릇 가르쳐주는 거예요. 이 손 놔요. 안 놓으면 또 때릴 거예요.”
하재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강유진이 다시 손을 올리려는 순간, 그가 붙잡았다.
하재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전에는 서동민, 이번에는 배현준? 도대체 몇 명이나 갈아치운 거야?”
예전 같았으면 강유진은 필사적으로 변명했을 것이다.
그녀는 누구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고 누구와도 깨끗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변명은 개뿔.
“내가 백 명을 만나든 그쪽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끄시죠!”
“내가 싫다면?”
“그럼 썩 꺼지던가!”
강유진은 분개하며 그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
그러자 하재호가 오늘 온 이유를 밝혔다.
“아줌마가 너 갖다 주라고 준 약, 차에 있어. 잠깐만 기다려, 가져올게.”
하재호가 약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강유진은 진작에 사라지고 없었다.
‘기다리긴 뭘 기다려!’
그녀는 1초도 기다리고 싶지 않았고 1초도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강유진은 집에 돌아왔지만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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