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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일이 이미 그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강유진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재호가 그 말을 했을 때 얼굴에 드러난 냉정한 표정까지. 그때는 강유진이 처음으로 직장에서 성희롱을 겪은 순간이었다. 상대는 꽤 중요한 고객이라 함부로 거절할 수도 없었다. 강유진은 두려움에 곧바로 하재호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당시 하재호가 했던 답변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 일 이후로, 강유진은 어떤 문제를 만나더라도 습관적으로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택했다. 아마도 그때 너무 힘들어서 그 경험이 강하게 각인된 모양이었다. 그래서 하재호가 그 말을 했을 때의 표정마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만약 노윤서가 그런 일을 겪었다면 하재호의 반응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비교를 하지 않으면 상처받지도 않는다고, 그 말이 맞는 순간이었다. 서동민은 강유진의 말을 듣고 얼굴 가득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유진아. 항상 혼자서 버티려 하면 힘들 거야.” 강유진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 외에 믿을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서동민은 그녀를 살짝 일깨웠다. “혹시 잊은 거 아냐? 너한텐 가장 강력한 외부 지원자가 있잖아. 아마 그가 도와줄 수도 있어.” 강유진의 마음에 파문이 일었다. “혹시...” 강유진이 단번에 눈치채자 서동민의 눈빛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응, 바로 그 사람 말이야.” 다음 날, 강유진은 바로 김 의사와 함께 찾아갔다. 전형원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미리 도망쳐서, 강유진은 헛걸음을 치고 말았다. 전화도 받지 않아, 강유진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 이제 나이도 꽤 되었는데 아직도 그렇게 병을 보이는 걸 두려워하다니. 같은 시각, 전형원은 식사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 참석하지 않을 자리였다. 하지만 오늘은 강유진을 피하고자 아무렇게나 온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곳은 하재호가 주최한 모임이었다. 영안의 안 대표는 전형원을 보고 곧바로 공손해졌다. “교수님. 오랜만입니다.” 마음속으로는 노윤서의 인맥에 감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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