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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강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이렇게 쉽게 끝날 줄은 몰랐다. 어쩌면 하재호는 애초에 그녀의 사직에 관심조차 없었던 걸지도 몰랐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렇게 되는 게 오히려 최선이었다. 서로에게 빚 없이 각자 편히 살아가면 그뿐이니까. 노윤서는 하재호의 말에 긴장이 풀린 듯, 조심스레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하재호의 턱선은 여전히 팽팽하게 당겨 있었고 눈빛 속에는 폭풍 같은 기운이 출렁이고 있었다. “계약대로 처리할 거다. 오늘 위약금 내면 바로 나가도 돼. 누구도 널 붙잡지 않아.” 그 말은 강유진의 가슴을 정통으로 찔렀다. 그녀는 또다시 하재호를 과대평가했음을 깨달았다. 자본가인 그가 자비를 베풀 리는 없었다. 구석에 있던 노윤서는 말없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정말 위약금 때문에 강유진을 놓지 않는 걸까?’ 오후 내내 강유진은 컴퓨터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자신이 서명한 장기 계약서를 수십 번이고 들여다봤다. 프라임 법무팀이 만만치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계약서에는 빠져나갈 틈이 전혀 없었다. 결국 선택지는 둘뿐이었다. 돈을 물어내거나 하재호가 특별히 자비를 베푸는 것. 그런데 자비라니,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이 사실은 그녀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한때 멍청하게 내린 선택이 이제 후회의 눈물이 되어 돌아온 거였다. 역시 사람은 젊은 시절의 충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정면으로 부딪쳐 이길 수 없다면 그냥 포기하고 눕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자본가는 돈을 내고 게으른 사람을 부양하게 되는 셈이니까. 강유진은 정각이 되자마자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려는 순간, 하재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무실 유선이 아닌 핸드폰이었다. 마치 계산이라도 한 듯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앞으로는 컴퓨터뿐 아니라 핸드폰도 퇴근 시간에 맞춰 꺼야 할 모양이었다. 강유진은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 “10분 후 회의다.” 하재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강유진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또박또박 말했다. “하 대표님, 저 이미 퇴근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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