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분위기가 얼어붙은 순간, 노윤서가 적절히 입을 열었다.
“됐어, 재호야. 강 비서님이 저렇게 화내는 거 보면 진짜 억울한 게 맞나 봐.”
“오랫동안 네 비서로 일해왔고 너도 강 비서님을 믿으니까 거기까지는 참았잖아. 진실이 뭐든 이제 중요한 건 아니야. 이 일은 그냥 넘기는 게 나을 것 같아.”
강유진은 그녀를 바라보며 인간 마음의 추악함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좋은 척하면서 상대를 제압하고 퇴로를 마련해주는 척하면서도 곳곳에서 다른 의도를 드러내는 수법.
하재호는 노윤서의 말에 맞춰 한 발 물러서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 앞으로 누구도 다시 언급하지 마.”
전 과정에서 강유진을 변호하는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태도였다.
강유진의 가슴은 찢기는 듯 아팠다. 마치 몸 전체가 쑤시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 순간, 진실을 밝히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어차피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하재호는 이미 마음속에서 그녀를 단죄했으니, 입을 열 이유가 없었다.
잠시나마, 그녀는 자신이 정말 그 일을 저질렀다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하재호가 흠잡고 자신을 해고할 수 있게 말이다.
‘그럼 그나마 해방감이라도 느낄 수 있을 텐데...’
노윤서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드레스를 쥐며 중얼거렸다.
“내일 축하파티인데... 드레스가 다 망가져 버렸네...”
하재호는 잠시 눈길을 옷장 안으로 돌렸다가 마지막 남은 흰 새틴 드레스에 시선을 멈췄다.
“이거 한 번 입어봐.”
그가 건넨 드레스는 강유진이 자신만을 위해 맞춘 연인용 드레스였다.
“와... 예쁘다. 나한테 딱 맞을 것 같아!”
노윤서는 드레스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듯, 새 드레스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강유진의 마음은 바로 전 소용돌이 속에 깊이 빠져 나올 줄을 몰랐다.
하루하루가 지긋지긋했다.
그녀는 빨리 결론을 내고 싶었다.
강유진은 두 사람의 ‘달콤한 대화’를 과감히 끊으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 대표님, 제 사직서 언제 처리해 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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