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그렇게 한가한가? 딱 봐도 구경하러 온 거네.’
강유진을 보자마자 서태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말을 던졌다.
“강 비서님, 제가 올 줄은 몰랐죠?”
조롱조의 말투는 이제 거의 습관이었다.
강유진은 대꾸조차 귀찮다는 듯 곧장 자리로 향했다. 하지만 서태우는 기어이 따라붙으며 비아냥거렸다.
“주말 내내 고민했죠? 어떻게 하면 프라임에 계속 남을 수 있을까 하고.”
강유진은 잠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 눈빛엔 피곤함과 냉소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서태우는 그조차도 ‘도발에 넘어온 반응’이라 착각했다.
“들켰죠? 창피해서 그러는 거예요? 오늘 떠나든 남든, 난 계속 지켜볼 겁니다.”
그는 두 손가락으로 자기 눈을 가리켰다가 강유진을 겨누며 낮게 웃었다.
“계속, 지켜볼 거라고요.”
강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컴퓨터를 켜자마자 사직서를 출력했다.
이미 여러 번 제출한 적 있지만 하재호의 서랍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 혹시 몰라 아예 다시 한 부를 더 뽑아 두는 게 안전했다.
“서태우, 네가 왜 여기 있어?”
사무실 문이 열리며 하재호와 노윤서가 함께 들어왔다.
순간, 서태우의 마치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탐험가처럼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침 일찍 둘이 같이 왔다고? 설마 내가 생각한 그거 맞아?”
말끝은 일부러 늘여뜨렸고 시선은 슬쩍 강유진 쪽으로 향했다. 그녀의 반응을 캐내려는 듯.
그러나 강유진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로 다른 생각을 했다.
‘이미 노윤서랑 동거 중이었다면... 그날 밤 왜 그렇게 처음처럼 굴었던 거지? 조급해서? 아니면 욕구가 지나치게 강해서?’
이틀이 지났지만 그녀의 허리와 다리는 여전히 묵직했다.
그녀는 프린트 버튼을 누른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출력기로 향했다.
서태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참, 연기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사무실에 있던 누구라도 들을 수 있을 만큼 또렷했다.
“나중에 울게 될 텐데.”
그는 끝내 강유진이 겉만 침착한 척하고 속으로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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