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격앙된 어조로 말하던 허재희는 결국 눈시울이 붉어지며 목소리가 메었다.
“오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 엄마는 어떡해? 나는 어떡하고?”
허재열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허재희는 아직 초등학생이었다. 게다가 어머니는 원래 몸이 좋지 않아 집안의 무게는 고스란히 허재열의 어깨에 얹혔다.
그는 집안의 가장이자 허재희와 어머니의 유일한 의지처가 되었다.
그러니 허재희가 울며 토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강유진은 허재희를 끌어안으며 다독였다.
“괜찮아. 내가 재열 씨 잘 지켜볼게. 걱정하지 마.”
허재희를 달래고 나서야 강유진은 차분히 상황을 물었다.
“재희 말로는 재열 씨가 혼자서 열 명 몫을 한다던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강유진이 심각한 표정을 짓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허재열은 여전히 얼버무리려 했다.
그러자 허재희가 가차 없이 폭로했다.
“왜겠어요? 돈 아끼고 지출 줄이려고 그러는 거죠.”
그 말을 들은 강유진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허재희가 세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대략적인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허재열은 강유진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입을 늘리지 못하니 지출이라도 줄이려 자기 몸을 혹사한 것이다.
강유진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허재열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결국 솔직히 털어놓았다.
“요즘 엔지니어들 연봉이 너무 높아요. 아무리 초급이라도 연봉 2억은 기본이에요. 그런데 아직 새로운 투자도 못 받았으니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려 한 거죠.”
“그게 조금 하는 거야? 오빠, 거의 모든 기술직을 혼자 다 맡았잖아.”
허재희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허재열은 강유진에게 괜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스튜디오 상황을 일부러 숨겨왔는데 이렇게 과로로 쓰러져 들통날 줄은 몰랐다.
강유진은 단번에 눈치를 채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플 땐 푹 쉬고 사람 뽑을 때 다시 뽑아요. 재열 씨는 기술적인 일만 신경 쓰세요. 돈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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