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강유진이 오자마자 심윤재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술을 권했다.
하지만 강유진은 주량이 꽤 괜찮았다. 오히려 술을 적게 마신 심윤재가 먼저 얼굴이 붉어지고 취기가 올랐다.
조급해진 그는 강유진의 거침없는 이야기를 강제로 끊었다.
“강유진 씨, 저는 유진 씨의 사업적 안목이나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어요. 유진 씨라면 반드시 이 일을 해낼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심 대표님은 투자할 의향이 있으신 건가요?”
강유진은 빙빙 돌리지 않았다.
심윤재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투자할 수 있죠. 다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
그는 손을 뻗어 강유진의 손 위에 겹치며 낮게 속삭였다.
“유진 씨는 똑똑한 사람이니 무슨 뜻인지 알겠죠?”
“알아요.”
강유진의 짧은 대답에 심윤재는 크게 기뻐하며 그녀가 드디어 마음을 돌렸다고 착각했다.
손길이 점점 대담해지려는 순간, 객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순간 분위기가 산산조각 났다.
심윤재는 속으로 분노가 치밀어 누가 이렇게 눈치 없게 들어오냐며 욕을 퍼부으려 했다.
하지만 강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손을 빼내고 오히려 환한 미소로 방문객을 맞았다.
“사모님, 드디어 오셨군요. 사모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심윤재의 얼굴은 굳어졌다. 곧 그는 이 모든 것이 강유진이 미리 준비해 둔 ‘보험’이었음을 깨달았다.
너무 성급했던 것이다.
하재호 곁에서 오래 있었던 여자가 이런 임기응변을 배우지 않았을 리 없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지 않고 혼자 이곳에 왔을 리가 없었다.
임혜원은 남편을 힐끗 보지도 않고 곧장 강유진에게 다가와 살갑게 말했다.
“유진 씨, 드디어 뵙네요. 지난번에 저를 크게 도와주셨는데 늘 감사 인사를 드릴 기회를 찾고 있었어요.”
“사모님, 과찬이세요. 작은 일이었는데요. 굳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에요.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하는 법이죠. 사람이 양심을 잃으면 더는 사람으로서 자격이 없는 거예요.”
심윤재는 옆에서 헛기침을 두 번 했다. 불편함이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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