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신시후는 의외로 인내심이 있는 사람이었고 사람 둘을 불러 홍유빈의 작은 아파트 짐을 함께 옮기게 했다.
그 아파트는 할머니가 그녀에게 남겨준 것이었다. 예전에 낡은 집을 팔고 홍유빈이 조금 보태 이 아파트를 샀다.
할머니는 이 집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보험 같은 거라고 했다. 결혼 후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설령 이혼하게 되더라도 돌아갈 곳은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할머니를 떠올릴 때마다 홍유빈의 마음은 한없이 부드러워졌다. 이 세상에서 그녀에게 진심으로 잘해준 사람은 할머니뿐이었다.
홍유빈은 자신의 여행 가방 세 개를 모두 손님방에 두었다.
임선희는 신씨 가문 본가에서 오래 일한 도우미였고 신시후의 생활을 돌보도록 배치된 사람이었다.
신시후는 누군가가 늘 곁에 있는 걸 불편해했던지라 옆집에 임선희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다른 가정부들은 이런 좋은 주인을 둔 임선희를 부러워했다.
임선희 역시 매우 성실하게 신시후를 돌봤다.
“사모님, 안방은 옆쪽인데 짐을 잘못 두신 건가요?”
임선희가 물었다.
홍유빈은 그 호칭이 어색해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아니에요, 일부러 여기로 둔 거예요!”
신시후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점, 그리고 이 결혼이 계약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는 동거하되 방은 따로 쓰는 것이었다.
임선희는 서재에서 일하고 있는 신시후를 힐끗 보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옆집으로 돌아가 신석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르신, 도련님과 사모님이 함께 살기 시작하셨습니다. 다만... 방은 따로 쓰고 계세요.”
그 말을 듣고도 신석호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래, 수고 많네. 둘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게 잘 도와줘.”
신석호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아들이 정말로 남자를 좋아하니까. 그래서 그는 어떻게든 둘을 엮어보려 하면서도 며느리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저 골칫덩이 막내아들과 결혼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며느리가 참 고생이었다.
...
다음 날, 홍유빈은 이른 아침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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