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신시후의 말이 옳았다. 돌이켜보면 홍유빈은 지나치게 물러터진 성정이었다. 조부모님은 어린 그녀에게 늘 참는 법과 기다리는 법만을 가르치셨다.
“조금만 참으렴, 그럼 다 지나간단다.”
“조금만 기다려라, 그러면 네 엄마가 너를 데리러 올 거다.”
홍유빈은 그렇게 평생을 참았고 평생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제는 그 지긋지긋한 굴레를 벗어던질 때가 되었다.
계하린은 제 친구에게 무슨 사달이 났나 싶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홍유빈을 따라 매장을 나섰다.
작은 아빠니 그 애인이니 하는 이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남겨진 자리에서 강다혜는 속이 뒤틀려 이를 갈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가련하고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빠, 언니가 요즘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성격이 너무 날카로워진 것 같아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계민호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말을 잘랐다.
“다혜야, 방금 유빈이에게 그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됐어.”
“가족과 다툰 거라면 누구보다 마음이 상한 건 본인이잖아. 그리고 나랑 그 사람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오해하지 마.”
강다혜는 계민호가 홍유빈을 감싸며 자신을 나무랄 줄은 꿈에도 몰랐던 탓에 잠깐 멍해졌다.
“오빠, 미안해요...”
계민호의 눈빛이 한층 더 가라앉았다.
“사과는 나한테 말고 그 사람한테 해야지.”
-
홍유빈은 계민호가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제 편을 들어주었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그저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고 더는 그들과 마주 하고 싶지 않았다. 허울뿐인 평화를 유지하느라 진을 빼는 일도 이제는 진저리가 났다.
계하린은 눈치를 살피며 홍유빈을 따라 걷다가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자 그제야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유빈아, 너 정말 괜찮은 거야?”
홍유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몸을 돌려 계하린을 바라보았다.
“하린아, 너한테 그동안 숨겨왔던 일이 있어.”
“나 네 작은 아빠랑 3년 동안 남모르게 만났었어.”
계하린은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두 사람이 그런 사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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