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2화
“아.”
표원식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너무 많이 마시니 순간 환각인 줄 알았어.”
“몸조심해요.”
원유희는 그래도 표원식을 걱정하고 있었다. 헤어졌다고 해서 완전히 남남이 되긴 힘들었다.
원유희를 남남으로 대하지 못하는 것은 표원식도 마찬가지였다. 원유희가 구치소에 갇혔을 때, 표원식은 원유희에게 가장 좋은 변호사를 찾아주려고 애를 썼다.
원유희의 말을 듣자 표원식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기억이 다 돌아왔어?”
“네, 다 돌아왔어요.”
원유희는 숨기지 않았다. 그동안 실명한 적도 있었지만 표원식은 틀림없이 모를 것이고 원유희도 굳이 지나간 일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표원식은 흠칫 놀라더니 대답했다.
"그러면 됐어.”
기억이 돌아왔다는 것은 예전의 모든 일을 다 떠올렸다는 것이고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들도 물론 다 생각났을 것이다.
“당신 같은 친구를 잊으면 안 되죠.”
원유희는 친구라고 얘기했다. 사실 원유희는 표원식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기억을 잃어버렸던 사이에 김신걸에게 마음을 줘버렸다니 사실 원유희 본인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말도 안 되지, 악마한테 마음을 줘버렸다니, 나한테 좋은 결말이 찾아올 수 있을까?’
물론 김신걸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더라도 원유희와 표원식이 다시 사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표원식의 눈빛이 암담해 보이더니 원유희랑 물었다.
“김신걸이랑 화해했어?”
“그건 교장 선생님이 상관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복도의 공기조차 차가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원유희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찾아올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비록 둘 사이에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김신걸은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고 원유희도 그 점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검은 그림자가 원유희옆에 오더니 원유희를 가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표원식이랑 물었다.
“화장실은?”
“…… 아직.”
“들어가 그럼.”
원유희는 해명하기 시작했다.
“오해하지 마, 여기서 우연히 만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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