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3화
엄혜정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표정은 냉담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막막했다.
이제 뱃속의 아이는 그녀 혼자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니었다. 연루된 사람이 많을수록 일이 복잡해지기 때문이었다.
‘육성현이 아이를 없애는 걸 동의한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일 텐데…….’
“당신은 육성현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까? 혹은 내가 그에게 당신의 행위를 말할까 봐 걱정되지 않나요?”
엄혜정이 물었다.
“네가 그에게 말한다고 그가 감히 나한테 어쩌겠어? 난 염가의 사람이야. 육성현은 아직 그럴 용기가 없을 걸. 남몰래 너 찾아온 건 네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야.”
엄혜정은 비웃었다.
‘내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라고? 염정은의 체면을 위해서가 아니고?’
“이거 가져가서 먹어.”
엄혜정은 얼굴을 돌려 조영순의 손에 놓인 약을 보았다.
“이게 뭡니까?”
“이걸 먹으면 네 뱃속의 아이를 없앨 수 있어.”
조영순은 미리 준비를 했다.
“걱정 마, 너의 손실은 내가 보상할게.”
“돈 말인가요?”
엄혜정이 물었다.
“적진 않을 거야.”
조영순의 말은 누가 들어도 유혹적이었다.
이건 수지가 맞는 거래였다.
남자와 헤어질 때 아무런 보상도 없는 여자도 있으니까.
엄혜정은 그 약을 보면서 정말로 가져와서 옷 속에 숨겨 어느 날 밤에 먹어버리고 싶었다.
‘감시카메라가 아무리 자세히 보여도 그녀 뱃속의 아이를 구할 시간이 없을 텐데. 그렇게 된다면 그녀의 악몽 증상도 훨씬 가벼워질 텐데…….’
하지만 약통을 1분 동안 보고 나서 엄혜정은 눈길을 돌리고 말했다.
“앞으론 그러지 마세요. 육성현이 안다면 당신에게 불리할 겁니다.”
말을 마친 엄혜정은 몸을 돌려 나갔다.
조영순은 약통을 꽉 쥐고 생각했다.
‘이렇게 호의를 모르다니!’
밖으로 나가니 육성현이 화장실 밖에 서 있었다. 원래 키가 크고 몸매가 눈에 띄었는데 화장실 앞에 계속 서 있으니 더 주목을 끌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마치 엄혜정이 어떻게 될지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오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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