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1화
총알이 퓨웅, 퓨웅 머리 위의 차 문에 맞았다. 중력으로 인해 차 문이 계속 아래로 처졌다.
라인은 이를 악물고 등을 구부린 채 발을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곧이어 롤스로이스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김신걸은 아직 최후 발악 중인 라인을 보고 더욱 사납게 돌변했다.
곧 총을 꺼내 라인을 겨누곤 피스톨을 튕겼다.
펑-
“어흑!”
등에 총상을 입은 라인의 입에서 빨간 피가 뿜어져 나왔다.
땅바닥에 뒹굴면서 방패 삼았던 차 문도 바닥에 떨어졌다.
라인은 몸을 돌려 다른 사고 차량 뒤에 숨었다.
상공의 헬리콥터가 차 뒤의 라인을 조준하려 했다. 하지만 위치상 헬리콥터가 방향을 틀어야만 가능했다.
눈앞에 가드레일이 보였다.
일순, 라인은 이것이 그녀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기회를 틈타 온 힘을 다해 가드레일로 달려갔다.
“도망가려고?”
김신걸의 총이 다시 라인을 겨누었다.
라인은 한 손으로 가드레일을 받치고 뛰어내렸다.
김신걸의 총알도 동시에 발사되었다.
퓨웅! 퓨웅! 퓨웅!
“아흑!”
세 발 모두 라인의 몸에 맞았다.
가까스로 차 안에서 빠져나온 원봉이 가드레일 쪽으로 갔을 때는 라인이 강물로 떨어진 뒤였다.
강물 속에 빠진 라인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이곳은 수역이 큰 데다 물살도 세고 유동적이어서 시체를 찾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경호원은 경직된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총알 네 발을 연달아 맞았으니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강물에 빠진 건 말할 것도 없고요…….”
김신걸은 경호원에게 총을 던지며 말했다.
“뒷마무리는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해.”
그러고는 원봉 등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롤스로이스에 올랐다.
원봉은 롤스로이스와 다른 부하 차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격기술이 대단하군.”
제성에 돌아오자마자 이런 인물을 맞닥뜨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조수석에 앉은 진선우는 물었다.
“사장님, 원봉 쪽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그의 자료입니다.”
진선우는 자신이 조사한 바를 얘기했다.
“원봉은 A시 사람이고, 거기 강력계의 넘버원이었습니다. 거물에게 밉보여 제성으로 좌천됐다고 합니다. 사장님, 그런데 그…… 밉보인 사람이 육 씨라고 합니다만…….”
김신걸은 검은 눈동자가 어리둥절하다. 육 씨?
“육성현인지, 아니면 육원산 인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음. 놀랍지는 않군. 예상대로야!”
원봉의 사람됨을 생각해 보니 그리 의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본받을 만한 점도 있긴 하지.”
“맞습니다. 그날 취조실에서 보니 강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요즘 극히 보기 드문 인물입니다.”
진선우가 말했다.
김신걸이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자,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다.
……
이 시각, 원유희는 자고 있었다.
그러나 잠이 들어도 늘 불안했다.
낮에는 침대 옆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밤에도 잠을 자다 깨다 반복했다.
문밖에서 둔탁한 발자국 소리가 났을 때 그녀의 불안감은 더욱 뚜렷해졌다.
발자국 소리가 문 앞에 멈춘 것 같았다.
누군가가 문을 열었고, 그리고 들어왔다.
원유희는 몸을 뒤척였다. 하지만 여전히 눈을 뜨지 않고 눈살만 찌푸렸다.
검은 그림자가 방 안의 대부분 빛을 막아주었다. 그의 손이 원유희의 손에 닿자, 그녀는 소스라쳐 놀라 깨어났다.
“아!”
“겁내지 마, 나야.”
김신걸이 소리를 냈다.
원유희는 멀뚱멀뚱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부자리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남자.
오랜만에 나타난 김신걸로 인해 그녀는 한동안 얼떨떨했다.
“내가 너무 늦게 왔지?”
김신걸은 그녀의 수척한 얼굴을 만지며 다정하게 말했다.
“자, 집에 가자.”
집에 가자……. 그토록 기다리던 말을 들은 원유희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른 한 손으로 김신걸의 셔츠를 꼭 잡았다. 빨리 여기를 벗어나고 싶었다. 한 시도 지체하기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