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4화
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신걸은 그녀를 품에 안고 수면등을 켰다.
“겁내지 마, 내가 있잖아, 괜찮아.”
정신이 좀 든 원유희는 김신걸의 품을 떠났다.
“나…… 애들 보러 가고 싶어.”
“애들 자는데…… 내일 아침에 보러 가자.”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한 원유희는 또 김신걸의 품에 누워 잠을 청했다.
“여기는 구치소가 아니라 우리 집이야.”
원유희는 그의 품에 안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신걸은 짙은 눈썹을 미간에 모았다. 검은 눈동자는 유난히 날카롭게 느껴졌다. 역시 그녀를 혼자 구치소에 두는 게 아니었어……. 그때 그 상황에서는 나름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품속의 여인을 더욱 꼬옥 끌어안았다.
방금 출소한 지라 아직 몸과 마음이 힘들다. 내일이면 괜찮아질 것이다.
……
윤설은 취조실에서 밤새 취조받았다. 새벽 1시쯤 원봉이 나간 뒤, 이어서 동료에게 취조를 계속 받았다.
‘아침에 다시 취조해야지.’
원봉은 하품하며 취조실에 들어갔다.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았다.
당연하다, 두 시간 쪽잠 자고 왔으니 잠이 부족한 게 당연하다.
윤설도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원봉은 책상에 놓쳐진 서류 파일로 책상을 탁, 쳤다.
“자, 일어나서 일합시다!”
화들짝 놀라 깨어난 윤설은 고개를 들어 원봉을 보며 말했다.
“이제 가도 되나요?”
“아니요.”
의자에 앉아 컴퓨터에 기록된 어젯밤의 심문 결과지를 본 원봉은 이마를 찡그렸다.
“당신과 라인 외에 다른 공범들이 있습니까?”
“무슨 공범이요?”
윤설은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여태껏 이렇게 피곤한 적도, 낭패를 본 적도 없었다. 입이 바싹 마르고 목구멍에서 불이 날 것 같았다.
“내가 말했잖아요, 나는 라인과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에요. 기껏 서너 번 정도 왕래했을걸요? 그녀가 한 짓을 내가 어떻게 알아요? 저 몰라요. 나…… 김신걸 만나야겠어요. 만나게 해주세요. 만약 내가 갇혔다는 것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구하러 올 거예요! 나, 그 사람 약혼녀예요!”
“라인이 누구와 접촉했는지 알아요?”
원봉이 또다시 물었다.
“몰라요…… 모른다고요…….”
윤설은 더 이상 대답할 힘조차 없었다.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해요?”
“협조하는 거 봐서요."
“나도 지금 최대한 협조하는 거라고요…….”
“김명화와 라인은 아는 사이입니까?”
원봉이 물었다.
뜻밖에 질문에 윤설은 눈이 동그래졌다.
“김명화? 김명화는 왜요?”
밖에 있던 경찰관이 들어와서 원봉의 귀에 대고 뭐라고 했다.
곧 원봉은 일어나 나갔다.
다급한 윤설이 소리쳤다.
“저기요, 대체 언제 내보내 줄 거예요?”
원봉은 못 들은 듯 문을 나서서 옆 취조실로 갔다.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김명화다.
김명화는 차가운 얼굴로 들어오는 남자를 보고 있었다. 지금껏 막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경찰서 취조실은 처음이다.
누가 감히 김씨 집안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대접하는 거야? 간이 배밖으로 나왔구먼.
원봉은 앉아서 정의로운 표정을 지었다.
“김명화 씨, 당신의 자료를 대충 훑어보았어요. 물론 저도 제성에서의 김씨 집안의 파워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나한테 전혀 안 통한다는 거…….”
“누구시죠?”
김명화가 무심코 물었다.
“원봉이라고 합니다. 장미선 살인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혹시 이 사람 누군지 아십니까?”
원봉은 사진 한 장을 들어 김명화에게 보여주었다.
“네, 아는 사람입니다.”
김명화는 적극적으로 협조에 원봉은 조금 의아했다.
“무슨 사이죠?”
“잘은 모르고, 안면이 있는 친구입니다. 뭐가 문제죠?”
심문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있는 김명화는 마치 자기 집 소파에 앉아있는 듯 담담하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녀가 도망가면서 당신에게 전화를 걸었더라고요. 왜죠? 혹시 장미선의 죽음에 당신도 공범인가요?”
원봉이 물었다.
“아닙니다.”
“그러면 그녀가 왜 당신한테 전화했을까요?”
“궁금하시면 직접 가서 물어보시면 되겠네요.”
“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