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3화
그녀는 자기 몸이 더럽다고 느껴졌다.
씻고 또 씻고…… 몸에 피부가 벗겨질 것 같은데…….
이때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 낮고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내가 씻겨줄게.”
물기를 머금은 원유희의 눈동자를 가볍게 떨렸다.
“내 탓하는 거 아니지?”
김신걸은 거친 손바닥으로 그녀의 몸을 스치며 물었다.
“아니…….”
원유희는 눈을 내리뜨며 말했다.
“당신이 범인을 찾았잖아.”
무슨 자격으로 그를 탓한단 말인가? 아니다.
그는 애들을 위해 그녀와의 결혼을 택했다. 더 이상 그 누구도 탓하거나 원망해서는 안 된다.
몸을 돌려 김신걸을 마주한 그녀는 적나라하게 모든 것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말?”
김신걸이 물었다.
“응.”
원유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널 믿어.”
“날 봐봐.”
김신걸은 그녀의 턱을 들었다.
원유희는 그 깊이가 보이지 않는 그의 검은 눈과 마주했다. 강렬한 눈빛은 그녀로 하여금 눈동자를 움츠리게 하였다. 자기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피했다.
“오늘 한잠 푹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을 거야.”
김신걸이 그녀의 작은 얼굴을 가볍게 매만지며 말했다.
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이려다 턱이 그의 손바닥에서 통제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작은 소리로 응얼거렸다.
“걱정 마, 너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다정하게 내려다보았다.
입술을 깨물고 있던 원유희는 뭔가 할 얘기가 있는 듯 입을 뻥긋했다가 다시 다물었다.
“응? 궁금한 게 있어?”
“왜…… 나랑 결혼했어?”
원유희가 물었다.
“왜냐하면…… 뭘까?”
어떤 답이 나올지 뻔히 알면서도 기어코 물어본 자신이 바보였다.
물어보고 나서 후회했다.
만약 그가 사실대로 대답했다면, 그녀도 마음의 준비를 했을 것이다.
김신걸은 그녀가 이런 질문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왜 그녀와 결혼했냐고?
이유가 뭐냐고?
그윽한 외모에 반해 그는 초조했다.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그때 생각으로는 포맷된 그녀의 기억 메모리를 통제하여 고분고분 자기 말을 잘 듣게 하고 자기 곁에 두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녀가 곁에 있기만 하면 되었다. 다른 건 더 자세히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는 줄곧 이렇게 원유희를 대했다.
“……아냐, 그냥 물어 본거야.”
대꾸 한마디 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신걸을 본 유희는 마음이 더욱 착잡해졌다.
“나, 거의 다 씻었어. 먼저 나갈게.”
유희는 옆에 있는 목욕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고 잠옷을 입고 나갔다.
샤워기 앞의 김신걸은 초조함과 불안감이 급습하는 것 같았다.
‘왜 그런 질문을 했지? 혹시 뭔가를 눈치챈 건가?’
잠시 뒤, 그도 나갔다.
이미 침대에 누운 원유희는 잘 준비했다.
김신걸은 걸어가서 침대에 올랐다.
원유희는 몸을 살짝 기울이고 한 손을 베개 위 얼굴 옆에 살포시 놓고, 눈을 감은 채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김신걸은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
원유희는 눈을 뜨고 놀란 듯 말했다.
“자자.”
“자! 내가 옆에 있을게.”
김신걸은 베개에 손을 얹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김신걸을 밀치지도 않고 순종적으로 눈을 감았다.
김신걸은 손끝마디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잠드는 것을 보고 있었다.
겉모습으로 봐서는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원유희는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한밤중에 눈을 뜬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유희야? 왜 깼어?”
원유희가 움직거리자, 잠귀 밝은 김신걸은 바로 알아차렸다. 원유희의 이마는 땀투성이였다.
“악몽 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