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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은성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치워야지. 앞으로는 너희들 시중들지 않을 거야. 각자 자기 일은 스스로 책임지도록 해.” 주경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눈빛에는 비난이 서려 있었다. “넌 직업도 없잖아. 집에서 네가 할 일이 바로 집안일이야.” 주호영은 이미 격분하여 소리 질렀다. “스스로 치울 테니 알아서 해요! 일도 안 하면서 게으르기까지 하면 아빠가 곧 엄마 버리고 아림 이모랑 같이 살 거예요!” 주민영도 거들었다. “맞아요. 아림 이모는 예쁘고 상냥하고 춤도 잘 춰요. 아림 이모가 우리 새엄마가 되면 엄마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거예요. 나중에 엄마가 나이 들면 우리는 엄마 보러 가지도 않을 거고 돌봐주지도 않을 거예요!” 두 형제는 거친 말을 쏟아내고는 분노에 찬 발걸음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곧이어 접시가 깨지는 소리와 비명이 들려왔다. 은성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주경진은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그의 눈빛은 떼쓰는 낯선 사람을 보는 듯했다. “은성미, 넌 애들 어머니고 내 아내야. 세 살짜리 어린애가 아니라고.” 말을 마친 그는 갈아입을 옷가지를 챙겨 돌아서며 말했다. “프로젝트가 바빠서 며칠간 돌아오지 못할 거야.” 은성미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래층의 소음을 들었다.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 문틀을 잡은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린 채 마지막으로 힘껏 문을 닫았다. ‘빌어먹을 의무감. 빌어먹을 어머니와 아내라는 이름. 이제부터 나는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 할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은성미는 법원으로 가서 이혼 신청을 했다. “서류에 문제없습니다. 일주일 후에 다시 오세요.” 은성미는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공항으로 가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샀다. 그날부터 은성미는 세 남자의 집안일을 더는 돕지 않았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풍성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일도 없었다. 주호영과 주민영 형제는 이를 무척 기뻐하며 용돈을 챙겨 신나게 집을 나섰다. “엄마가 해주는 밥 누가 먹고 싶대요? 우리도 질렸어요!” 그녀는 두 형제가 숙제하도록 독촉하지도, 옷을 빨아주지도, 장난감을 치워주지도 않았다. 집안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 더러운 옷가지들이 쌓였고 바닥에는 장난감이 널브러졌다. 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의 학습 문제로 계속해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아예 전화선을 뽑아버렸다. 사흘 후, 학교는 은성미와 연락이 닿지 않아 주경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주호영과 주민영을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은성미를 본 그는 얼굴이 전례 없이 일그러졌다. “호영이와 민영이 제대로 씻지 않은 음식을 먹고 장염에 걸렸어! 네가 엄마 맞기는 해? 옷도 안 빨고, 밥도 안 하고, 기본적인 생활 조건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거야? 은성미, 지금 뭘 하는 거야?” 은성미는 평온하게 책을 덮었다. “하는 거 없어요. 지난번에 말했듯이 자기 일은 스스로 하는 거예요.” “애들은 겨우 열 살이잖아!” 주경진은 그녀를 쏘아보며 차가운 비난만을 눈에 담고 말했다. “열 살이지 세 살은 아니에요. 기본적인 생활은 스스로 할 수 있어요.” 은성미는 지난 생을 떠올렸다.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 그녀는 매일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났다. 주씨 집안 세 남자는 각자 다른 아침 식사를 요구했기에 아침 식사 준비만 해도 최소 한 시간이 걸렸다. 집안일은 언제나 그녀의 몫이었다. 집안은 늘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었지만 그녀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던가. 무시와 경멸뿐이었고, 사고로 다리를 다쳐 요양원에 버려진 채 외롭게 죽어갔다. 주호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 “엄마, 너무 심하잖아요! 엄마 자격도 없어요!” “맞아요!” 주호영은 주경진의 팔을 잡았다. “아빠, 아림 이모가 우리 엄마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림 이모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일 거예요!” 주경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계속 은성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그녀가 굴복하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은성미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강아림 씨한테 엄마가 되라고 해요. 전 상관없어요.”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주경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은성미,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하는 소리야?” “알아요.” 그녀는 심호흡하고 이혼에 대해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마침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강아림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진 씨, 집에 있어요?” 세 남자의 표정이 동시에 변하더니 서둘러 문을 열러 갔다. 강아림은 집안으로 들어와 곧바로 주경진의 품에 안긴 채 슬프게 울었다. “경진 씨,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남긴 팔찌를 잃어버렸어요. 며칠 동안 갔던 곳은 다 찾아봤는데 없었어요. 은성미 씨 방만 아직 못 찾아봤어요.” 은성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제 방이라고요?” 강아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화장실을 좀 빌렸는데 팔찌를 빼놓았던 것 같아요. 들어가서 봐도 될까요?” “보러 가요! 보러 가요!” 주호영과 주민영이 앞다투어 그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림 이모, 울지 말아요. 우리가 찾아줄게요. 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두 형제가 앞장서서 방 안으로 달려들어갔고, 곧 방은 엉망이 되었다. 주경진은 그저 지켜볼 뿐 제지하려는 기색이 없었다. “그만해!” 강아림이 그녀의 세 번째 사진 액자를 깨뜨렸을 때 은성미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서 제지했다. 강아림이 돌아보며 두려운 듯 말했다. “죄송해요. 은성미 씨,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너무 급해서... 저는...” 주호영이 강아림의 앞에 서서 마치 보물을 지키는 새끼 짐승처럼 말했다. “아림 이모를 괴롭히지 말아요!” 은성미는 갑자기 한 장면을 떠올렸다. 세 살이었던 주호영과 주민영은 그녀의 품에 안겨 큰소리로 외쳤었다. “제가 크면 엄마를 영원히 지켜줄 거예요!” 주민영도 강아림 앞에 나서며 말했다. “엄마, 혹시 켕기는 거 있어서 아림 이모가 찾는 거 막는 거예요?” 은성미는 목이 메어왔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훔쳤다고 생각하는 거야?” “찾았어요!” 강아림이 서랍에서 영롱한 비취색 팔찌를 꺼내며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 “이거 맞아요!” 주호영과 주민영이 거칠게 은성미를 밀쳤다. “엄마는 도둑이에요!” 은성미는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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