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어릴 땐 철이 없고 사람 보는 눈도 없었지. 그러니까 이제 농담 그만해.”
그녀의 말투는 진지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오히려 괜히 잘난 척한다거나 이참에 자랑하는 거 아니냐는 눈빛이 오갔다.
그때였다.
고태빈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서규영 앞에 내려놓았다.
그 위에는 깨끗이 껍질을 벗긴 새우살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 새우 좀 먹고 화 풀어.”
‘여보’라는 단어에 룸 안이 고요해졌다.
하지만 불과 2초 뒤,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번지기 시작했다.
‘태빈이가... 규영이를 여보라고 부른다고?’
그의 목소리에는 애정이 한껏 묻어 있었다.
테크 기업의 회장이 직접 새우를 까주기까지 하다니 로맨스 소설의 실사판이었다.
누군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태빈아, 진짜야? 너랑 규영이 사귀는 사이야?”
“우린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했어. 그리고 오늘이 딱 결혼한 지 3주년 되는 날이야.”
“와! 대박!”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래서 오늘 우현이한테 부탁해서 자리를 잡았어. 너희들 다 우리를 함께 봐 왔던 친구들이잖아.”
그제야 서규영도 떠올렸다. 오늘이 혼인신고를 한 지 3년째 되는 날이라는걸.
예전 같았더라면 고태빈이 이런 이벤트를 준비했다는 사실에 감동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서규영에게 그것은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웃기고 있네.’
하지만 그녀와는 달리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흥분에 차 있었다.
“규영아, 너 진짜 결혼했어? 근데 왜 말 안 했어?”
“우리가 고등학교 때부터 응원했는데 결국 커플 됐네!”
“부반장, 진짜 부럽다. 그때부터 보는 눈이 있었네. 이젠 완전 재벌 사모님이잖아.”
“반장, 부반장! 너희 너무한 거 아니야? 결혼식 때 왜 초대 안 했어!”
고태빈은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그땐 여러 사정이 있어서 결혼식을 못 올렸어. 지금도 늘 미안하게 생각해. 이제 일이 정리되면 성대하게 올릴 생각이니까, 그때 꼭 다들 와줘.”
“좋지! 꼭 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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