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화
고태빈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서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렸다.
‘나는 진심으로 사과했는데 왜 아직도 용서 안 해주는 거지? 10년이 넘는 감정, 그리고 3년의 결혼 생활... 나도 이렇게 쉽게 놓지 못하는데 하물며 모든 걸 쏟아부었던 규영이가 어떻게 그렇게 단번에 마음을 접을 수 있단 말이야.’
고태빈은 서규영의 마음이 이렇게 빨리 변했을 리 없다고 믿었다.
그는 남은 이성을 간신히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규영아, 제발 그런 말 하지 마. 다들 보고 있잖아, 우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었던 건 알아. 하지만 이제부터는 정말 약속할게. 앞으로는 네 말만 들을게. 집에 있기 싫으면 다시 회사로 나와도 돼. 내가 널 이사 자리에 앉힐게. 누구든 맘에 안 드는 사람 있으면 바로 잘라버려.”
그는 이 정도면 자신의 진심이 전해질 거라고 확신했다.
‘이사 자리... 원하면 누구든 해고.’
그건 서규영이 싫어하던 박해은조차 내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고태빈은 한때 박해은을 마음에 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서규영을 선택하겠다고 결심했다.
‘이 정도로 물러섰는데 규영이도 조금은 흔들리겠지?’
주변에서는 감탄과 부러움이 쏟아졌다.
“와, 규영아. 이사 자리라니 반장 진짜 너한테 너무 잘한다.”
“부부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잖아. 규영아, 너무 화내지 마.”
“그래, 여자가 좀 봐줘야지. 이렇게 좋은 남자 놓치면 후회해.”
서규영은 그런 말들을 들으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진심이 담긴 얼굴, 가식으로 웃는 얼굴... 그녀는 그 모든 표정을 찬찬히 훑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해빈 테크 이사 자리라... 그건 좀 어렵겠네. 내 남편이 허락 안 할 것 같거든.”
그 한마디에 룸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남편이... 허락 안 한다고?’
순간, 사람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규영이 남편... 태빈이 아니었어?”
그 말이 불씨가 되어 웅성임이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태빈아, 너 아까 결혼했다며?”
“그럼 규영이가 말한 남편은 누구야?”
“둘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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