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화
고태빈은 순간 멈칫했지만 박해은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녀가 천천히 다가와 두 사람 사이의 마지막 경계를 넘어설 때까지 아무런 저항도 안했다.
사실 그의 마음속에는 복수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감정의 흔들림이 아니라 깊게 패인 상처에 대한 되갚음이었다.
고태빈은 처음부터 일이 이렇게까지 번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애초에 서규영과 이혼할 생각이 없었다.
마음 한켠으로는 박해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 감정은 사랑이라기보다 봄날 벚꽃잎처럼 스쳐 지나가는 짧고 덧없는 감정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규영이 끝내 고집을 꺾지 않고 이혼하자마자 다른 남자와 재혼해 버렸을 때 그의 자존심은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십 년 동안의 사랑을 한순간에 내던진 그녀를, 그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좋아, 그렇게까지 나를 버리겠다면... 이제 나도 더 이상 참지 않지.’
게다가 박해은은 요즘 그에게 거의 완벽할 만큼 헌신하고 있었다.
회사 일부터 사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그를 챙기며 옆자리를 자연스럽게 차지해 갔다.
단 하나 걸리는 점이 있다면 그녀에게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의 출생 배경이 꽤 복잡했기에 고태빈은 오히려 그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그날 밤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박해은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 더 이상, 고태빈과 서규영이 다시 함께할 가능성은 없었다.
‘오빠의 아내 자리... 이제 완전히 내 거야.’
해빈 테크가 상장만 하면 그녀는 단숨에 수백억대 기업의 사모님이 된다.
그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기에 그녀가 고태빈을 돕는 일은 누구보다 치밀했고 철저히 계산된 결과였다.
“고모, 시간이 꽤 지났는데 섀도우에 대한 소식은 아직도 없어요?”
박해은은 잘 알고 있었다.
요즘 해빈 테크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섀도우와의 PSDS 특허 재계약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 천재 개발자는 3년 전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고 지금까지 단 하나의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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