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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박해은은 속으로 짜릿한 만족감을 느꼈다. 섀도우라는 이름이 가진 후광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델포이 그룹의 실질적인 권력자 중 한 사람인 박채원 앞에서조차 그녀는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존중과 애정을 동시에 받았다. ‘이 정도면 충분해.’ 그녀는 들킬 걱정 따윈 하지 않았다. 어차피 오래 머무를 생각도 없었으니까. 박해은의 진짜 목표는 마일 테크가 아니라 해빈 테크였다. 이곳에는 더 발전된 기술과 인재가 모여 있었다. 단 1년 아니, 반년만 머무르며 기술과 인맥을 흡수하면 충분했다. 그 후엔 다시 해빈 테크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쯤이면 해빈 테크는 업계의 선두에 서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신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태빈 오빠는 내 사람이야. 그리고 해빈 테크도... 결국 내 거야.’ 박해은은 회의실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미소를 띤 채 사람들의 얼굴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해은입니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할 기술팀 팀장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저는 직책보다 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가족처럼 대할 거예요. 우리 함께 힘을 모아 마일 테크를 더 높은 곳으로 올려봅시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은 잠시 정적에 잠겼다가 곧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섀도우’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가슴은 벅차올랐다. 그녀는 업계의 전설이자 모두가 닿고 싶어 하는 신화였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서규영만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그녀는 미동조차 없이 차분한 눈빛으로 박해은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정체를 폭로할까?’ 그 생각이 스쳐 갔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너무 서두르면 오히려 판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 ‘아니. 일단 두고 보자. 도대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때, 박해은의 시선이 서규영에게 머물렀다. 잠시 후, 그녀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저기... 규영 씨, 저한테 불만 있어요?” 순간, 회의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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