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화
불안한 눈으로 냉정하게 돌아서는 박시형을 바라보던 고태빈이 간절하게 입을 열었다.
“그 요구는... 들어드리기 어렵습니다, 박 대표님. 제 동생도 명문대인 청빈대에 합격할 거고, 조카분도 분명 같은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겠죠. 캠퍼스 안에서 마주치는 걸 피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물론 제 동생이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저는 동생의 앞날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고태빈의 기억 속에서 고나율은 항상 반드시 청빈대에 갈 거라고 확언해 왔다. 철없는 고나율이 아무리 어리석은 짓을 했더라도, 가문에 영광을 안겨줄 수 있는 대학교 진학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고나율의 눈빛에 순간 불안과 자책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고태빈에게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때, 박시형이 풋 하고 코웃음 쳤다. 정적이 감도는 회의실에서 그 웃음소리는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박시형은 고나율을 곁눈질하며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저런 멍청이가 청빈대에 붙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동안 동생에게 속은 건 아닌지 수능 등급부터 제대로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당신 동생은 생각보다 더 영악한 아이거든요.”
말을 마친 박시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
박시형의 일침은 고태빈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어떤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그가 고개를 돌려 고나율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고나율은 이미 잔뜩 겁을 먹고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고태빈이 싸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떨고 있는 동생에게 물었다.
“고나율, 너 수능 몇 점 나왔어? 진짜 청빈대에 합격한 게 맞긴 해?”
고나율은 심장이 터질 듯이 불안했지만 차마 진실을 말할 용기는 없었다. 언젠가는 들통날 일이지만 그녀는 1분이라도 더 시간을 끌고 싶었다.
고나율이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커트라인 겨우 넘겼어.”
“하...”
고태빈이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고나율은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청빈대의 최종 합격자 발표는 아직 나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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