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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서규영은 그의 몸에 남은 붉은 흔적들을 감히 바라볼 수 없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다 큰 성인 남자를 내가 왜 책임져야 해?” 박시형이 말했다. “남자면 책임 안 져도 된다는 거야? 너 이거 차별이야.” 서규영은 그와 더는 말을 섞지 않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소파 아래 놓여 있는 가방을 찾았다. 그녀는 가방 안에서 현금 한 다발을 꺼내 베개 옆에 내려놓았다. “지금 갖고 있는 건 이게 다야.” 박시형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서규영을 바라보았다. 화가 나기도, 우습기도 했다. “서규영, 너 이거 모욕이야.” 서규영은 지지 않으려고 했다. “어젯밤 술에 취해서 내가 먼저 입을 맞춘 건 맞지만 그 뒤에는 오빠가 먼저 그랬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 합의 하에 한 거야. 우리 둘 다 성인이니까 서로가 한 일에 책임을 지자고. 게다가 이런 일 오빠한테는 자주 있는 일 아니야? 그걸 하나하나 다 책임진다면 번거롭지 않겠어?” 박시형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는 조금 화가 났는지 안색이 어두웠다. “서규영, 그동안 나한테 관심이 하나도 없었던 거야?” 서규영은 박시형이 뜬금없이 묻자 어리둥절해졌다. “뭐라고?” “난 그동안 단 한 번도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없었고 여자 친구를 사귄 적도 없었어. 그 사실은 언론도, 도원시 사람들도 전부 아는 사실이야.” 서규영은 당황했다. “그건 몰랐어...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서규영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주 성가신 사람을 건드리게 된 듯한 기분이었다. 다음 순간, 박시형은 이불을 젖히고 곧장 서규영의 앞으로 걸어갔다. 서규영은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치다가 등에 벽이 닿는 바람에 더 물러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시선을 들어 아무것도 입지 않은 큰 체구의 박시형이 다가오는 걸 보면서 당황함을 느꼈다. 서규영이 당황한 사이 박시형은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복근 위에 올려두었다. “네가... 내 첫 경험을 가져갔으니 책임져.” 다른 사람이 그 말을 했다면 서규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을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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