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0화
박시형의 입가에 뚜렷한 비웃음이 스쳤다.
“서규영, 너 지금 나 죽이려는 거야?”
서규영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그녀는 눈을 깜빡이지 않고 그를 응시했다.
“그럴 생각 없어. 하지만 아무도 나를 강요할 수 없어, 오빠도 마찬가지야.”
그녀는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이 얼마나 억울하게 살아왔는지 알고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집착이 자라났던 시간들... 그 감옥에서 겨우 빠져나온 지금 다시 되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하... 나에 대한 네 관용은 겨우 이 정도야? 그런데 그 인간쓰레기는 10년이나 참았잖아!”
서규영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건 달라. 내가 오빠랑 결혼한 건 오빠를 고태빈의 두 번째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박시형은 그녀의 눈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읽어내지 못했다.
서규영의 눈빛은 감정을 드러내지도 흔들리지도 않는 연못 같았다.
오랜 침묵 끝에 그는 결국 그녀를 놓았다.
그러나 손을 떼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의 눈에는 짙은 실망이 남아 있었다.
“너, 어젯밤에 집에 안 들어왔던데. 어디 갔었어?”
서규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빠가 심문하는 것 같아서 대답하기 싫어.”
“그럼 이렇게 물을게. 너 고 대표님 만나러 갔었어?”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서규영은 유독 지친 기분이 들었다.
“민서 집에서 잤어. 오빠, 제발 오버 좀 하지 마. 그리고 오빠도 알잖아. 태빈이가 자살하겠다고 해서 내가 다시 마음이 흔들리거나 태빈이 옆으로 돌아갈 리 없다는 거. 그날 태빈이를 말리고 구한 건 순전히 인간으로서의 도리였어. 눈 뜨고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보고도 모른 척하거나 오히려 등을 떠미는 건 살인과 다를 게 뭐야. 오빠가 왜 화내는지 정말 모르겠어. 나는 이미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해.”
서규영은 화를 참으며 차분히 설명했다.
그녀는 자신만의 가치관과 세계를 가지고 있었고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르며 타협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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