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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그때 육연우가 사무실 의자에서 일어섰다. “시형아, 나 규영 씨한테 우리 과거 얘기 다 했어.” “그런데 어떤 부분은 규영 씨한테 제대로 설명해 줘야 할 것 같아.” 그 말에 박시형은 얼굴을 살짝 일그리며 말했다. “연우야, 너 나한테 시간 준다고 했잖아. 내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어.” 육연우는 한 발 앞으로 다가와 박시형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차갑고 고결한 그녀의 자세는 눈 덮인 산 정상 위 고고한 꽃처럼 흔들림 없었다. “시형아, 이건 원래 네가 속전속결로 끝낼 문제였어. 안 그러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잖아.” 그 말과 함께 육연우는 자신의 가방을 들며 사무실을 나갔다. “규영 씨한테는 잘 설명해. 나는 먼저 갈게.” 그렇게 육연우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넓은 사무실은 순식간에 답답하게 느껴졌고 심지어 숨 쉬는 것조차 불편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고 숨조차 멈춘 듯한 긴장감 속 박시형이 겨우 입을 열었다. “규영아... 미안해.” “왜 미안하다는 거야?” 박시형의 눈빛에는 후회와 고통이 뒤엉켜 있었다. “모든 게... 다 미안해.” 그러자 서규영의 가슴은 묵직한 돌덩이가 눌린 듯 답답했다. “설명할 거 없어?” “미안하다고 했잖아.” “육연우 씨가 한 말도 모른 채로 벌써 죄책감을 느끼는 거야?” “무슨 말을 하든... 사실이니까.” 박시형 눈빛에는 억눌린 감정이 가득했고 서규영은 여전히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반드시 직접 박시형의 해명을 들어야 했다. “그러니까... 나를 육연우 씨 대체품으로 생각한 거지? 나랑 함께한 건 오로지 육연우 씨 닮은 아이를 위해서?” 그 말에 박시형은 두 손을 힘껏 움켜쥐었고 몸까지 미세하게 떨리는 듯했고 서규영은 그 모습을 보면서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그 말... 사실이야?” 그러나 박시형은 여전히 침묵했고 곧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졌다. 한편 서규영은 불 위에 올려진 듯 타들어 가는 심장을 느끼고 있었다. 잠시 후 박시형은 결국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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