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우리 같이 겨울 캠프 갔을 때 내 도시락 안에 애벌레를 넣고, 내가 먹던 오레오 속 크림을 치약으로 바꿨었잖아.”
박시형은 코웃음을 쳤다.
“기분 나빠서.”
“뭐가 기분 나빴는데?”
“넌 맛있는 거 있으면 항상 고태빈이랑 나눠 먹었잖아. 우리 캠프 때 유일한 간식이 오레오였는데 넌 그걸 고태빈한테 전부 가져다줬었지.”
서규영은 그제야 깨달았다. 박시형은 그녀가 아니라 고태빈을 골탕 먹이려고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내 물건도 훔쳤잖아.”
박시형은 갑자기 손을 뻗더니 자신의 손목을 보여주었다. 그의 손목에는 가느다란 붉은 팔찌가 있었는데 그 팔찌에는 아주 작은 보랏빛 조개껍질이 달려 있었다.
“이거 기억나?”
서규영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서규영은 한때 해변가에서 하트 모양의 조개껍질을 주웠었고 그 조개껍질을 얇은 실에 걸어서 팔찌를 만들었었다.
그 팔찌가 바로 지금 박시형이 하는 팔찌였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흐른 탓에 하트 모양이던 조개껍질은 모서리가 많이 닳아 더 이상 하트 모양이 아니었고 크기도 많이 작아졌다. 누군가 자주 가지고 놀았던 것처럼 말이다.
서규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것도 훔친 거야?”
“이건 훔친 게 아니야. 네가 실험실 책상 아래 흘리고 갔길래 그냥 주운 것뿐이야.”
박시형이 설명했다.
“넌 항상 덤벙대서 물건을 잘 잃어버리잖아. 그리고 뭔가 사라져서 내가 찾아주면 항상 내가 훔친 거라고 우겼지.”
서규영은 말문이 막혔다.
“날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좋아하는 데 이유가 필요해?”
박시형은 서규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넌 날 좋아해?”
서규영은 고개를 저었다.
서규영은 고태빈을 오랫동안 사랑했고 지난 10년간 고태빈에게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이제는 그의 실체를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지금 당장 남을 좋아하기는 쉽지 않았다.
박시형은 실망한 기색 없이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면 날 싫어해?”
서규영은 또 고개를 저었고 박시형은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싫어하는 게 아니면 됐어.”
두 사람은 많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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