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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장경희는 서규영이 서랍을 분리해 낸 뒤 자신의 앞으로 던지자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다. 텅 빈 서랍을 본 장경희는 눈에 띄게 당황해했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뻔뻔하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시치미를 뗐다. “무슨 주얼리?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서규영은 장경희가 자신의 주얼리를 가져갔다는 걸 알았다. 비록 서규영은 평소에 그 주얼리들을 착용하지는 않지만 장경희가 그녀의 주얼리를 끼고 이웃들 앞에서 자랑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았었다. 심지어 장경희는 자기 아들이 자신에게 효도한다고 사준 거라고 했다. 예전에는 가족이라서, 고태빈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저 모른척해 주었다. 그러나 이젠 확실히 따질 필요가 있었다. 서규영은 쓸데없이 얘기를 늘어놓지 않고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여보세요. 저 신고하려고요...” 장경희는 서규영이 경찰에 신고하자 서규영의 휴대전화를 빼앗아서 전화를 껐다. 장경희는 화가 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서규영,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무슨 신고를 해? 우리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 셈이야?” 서규영의 표정은 평온했다. “제 비싼 주얼리들이 사라졌는데 당연히 신고해야죠. 경찰이 도둑을 잡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고요.” “지금 누구를 도둑이라고 욕하는 거야?” “제가 언제 장경희 씨를 욕했나요? 제가 욕한 건 제 주얼리를 훔친 도둑인데요. 설마 장경희 씨가 제 주얼리들을 훔친 건 아니죠?” 장경희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녀는 오늘 우겨도 소용없을 거라는 걸 직감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 “훔치다니? 난 그냥 잠깐 빌려 쓴 것뿐이야. 너 평소에 그거 서랍 안에 넣고 잘 쓰지도 않잖아. 그래서 내가 잠깐 빌린 거야. 게다가 우리는 가족이잖아. 네 거, 내 거가 어디 있니? 내 것이 네 거고 네 것이 내 거지. 그리고 어차피 내가 죽으면 그 주얼리들 결국엔 다 너희한테 돌아갈 텐데 말이야.” 서규영은 오늘에야 비로소 뻔뻔함이 무엇인지를 실감했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상한 말씀을 하시네요. 세상에 어떤 시어머니가 며느리 주얼리를 빼앗아 가서 죽은 뒤에야 돌려주나요? 장경희 씨가 내일 바로 죽는 게 아니라면 적어도 20년 뒤에야 죽을 텐데, 저더러 20년이나 기다리라고요?” 장경희는 치밀어오르는 화 때문에 몸을 떨었다. “너, 너, 너 지금 나 저주하니?” 자꾸 죽는다는 말만 하는 것이 그녀를 저주하는 게 틀림없었다. 고나율이 장경희의 편을 들었다. “언니, 어떻게 우리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우리 엄마가 혹시라도 잘못되면 언니가 책임질 거예요? 겨우 돈 같은 걸로 왜 그렇게 쪼잔하게 구는 거예요? 우리 엄마가 남한테 준 것도 아니고 본인이 끼고 다녔다는데 꼭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야겠어요?” 서규영이 대꾸했다. “끼는 건 상관없는데 훔치는 건 안 되지.” 고나율은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훔치다니요? 빌린 거라고 했잖아요.” 서규영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빌린 거면 다시 돌려줘야지.” 고나율과 장경희는 말문이 막혀서 반박할 수 없었다. 바로 이때 서규영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서규영의 휴대전화는 장경희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장경희는 경찰에서 전화가 온 걸 보았다. 조금 전 서규영이 신고하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전화가 끊기는 바람에 경찰에서 걱정이 돼서 다시 전화한 듯했다. 장경희는 매우 초조했다. 그녀는 그 주얼리들을 돌려주고 싶지 않았으나 서규영이 신고하게 놔둘 수도 없었다. 그들은 아주 큰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는데 만약 경찰이 온다면 틀림없이 이웃들이 볼 것이다. 그곳에는 한가한 노인들이 많았고 그 노인들은 시골에서 이사 온 장경희를 은근히 무시했다. 만약 장경희가 며느리의 주얼리를 훔쳤고, 그 며느리가 신고해서 경찰까지 집에 찾아온다면 장경희는 평생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서규영이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서 전화받으려고 하자 장경희는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 “줄게. 다 돌려줄게! 우리 아들은 지금 대기업 회장이야. 그런데 내가 네 그 보잘것없는 물건들을 욕심낼 것 같니? 난 그냥 네가 평소에 잘 끼고 다니지 않길래 안타까웠을 뿐이야. 돌려받고 싶다니까 다 돌려줄게.” 잠시 뒤 장경희가 방 안에서 주얼리 몇 개를 들고나왔다. 그러나 그중에 수십억짜리 비취 팔찌는 없었다. 서규영은 단호히 말했다. “이것 말고도 더 있을 텐데요.” 장경희는 이를 악물고 방으로 돌아가서 몇 개를 더 가져왔다. 서규영은 차갑게 웃었다. “더 있잖아요.” 장경희는 이를 악문 채로 부들부들 떨면서 주얼리 몇 개를 더 가져왔다. 서규영은 계속해 말했다. “제 서랍 안에는 주얼리 12개가 들어있었어요. 그런데 여기 7개밖에 없는 걸 보니 5개가 모자라네요. 옐로우 다이아몬드 반지, 카슈미르 사파이어 목걸이, 에메랄드 반지랑 팔찌, 그리고 천연 진주 목걸이요.” 장경희의 안색이 한없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서규영이 그렇게 많은 주얼리를 다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몰래 감춰둘 수 없게 되자 장경희는 어쩔 수 없이 고나율도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다. 다시 돌아왔을 때 장경희의 손에는 비취 반지와 팔찌가 들려 있었고 나머지는 고나율의 손에 들려 있었다. 장경희가 서규영의 주얼리들을 고나율에게도 준 듯했다. 고나율은 그 주얼리들을 매우 아까워했다. 그녀가 들고 있는 진주 목걸이의 진주알은 아주 크고 동그랄 뿐만 아니라 광택도 아름다워 아주 비쌀 것 같았다. 고나율은 수능이 끝난 뒤 졸업식에서 그것을 껴 주목받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과하게 큰 보석이 박힌 반지와 목걸이도 매우 마음에 들었었다. 그것들은 고나율이 이미 2년 동안 보관했고, 졸업만 하면 바로 낄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서규영에게 돌려주게 되니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조금 전 장경희가 해준 말에 따르면, 고태빈에게 연락했을 때 고태빈은 둘이 진짜 이혼한 게 아니고 서규영이 화가 나서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했었다. 그동안 고나율은 서규영이 고태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두 지켜봐 왔었다. 서규영은 고태빈을 위해서라면 모두 참고 견디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박해은의 일로 이렇게 화를 내는 걸 보면 고태빈을 죽도록 사랑하는 게 틀림없었다. 지금 서규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라 고태빈이 자신을 달래주길 바라서 이렇게 시위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태빈이 달래주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다시 돌아와 얌전히 고태빈과 함께 살 것이다. 게다가 그런 일은 지난 2년간 여러 번 있었다. 서규영이 다시 돌아올 때쯤이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겠다고, 고나율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가 되면 주얼리들을 더 많이 받아낼 것이다. 서규영은 자신의 모든 주얼리들을 전부 캐리어 안에 넣었고 캐리어를 잠근 뒤 떠나려고 했다. 고나율은 서규영이 모든 주얼리를 가져가자 화가 나서 눈까지 빨개졌다. 그녀는 서규영을 따라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걸어간 뒤 단단히 을러멨다. “언니,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오늘 떠나면 다시 여기로 돌아와 사는 거 쉽지 않을 테니까요.” 엘리베이터가 곧 도착했다. 서규영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 뒤 몸을 돌려 고나율에게 말했다. “이 집도 우리 친정에서 마련해준 거야.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이사 가도록 해. 쫓겨나면 망신이잖아. 안 그래? 난 미리 말해줬으니까 알아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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