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팔찌가 비싼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팔찌가 박씨 가문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었다.
그 팔찌는 오로지 안주인에게만 전해지는 것으로 가사권을 상징했다.
송인서가 오랫동안 원했던 팔찌가 이제 막 이 집안의 며느리가 된 서규영에게로 돌아갔다.
송인서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된 것만 같아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러나 조금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말 한마디 얹을 수 없어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남편만 바라보았다.
박휘준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술잔을 들고 느긋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치 이 모든 것들이 자기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박휘준은 그녀의 난처함과 두려움을 보지 못했고 그녀의 노력과 고생을 무시했으며 그녀가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송인서는 마음이 더 아렸다.
한편, 서규영은 아직도 거절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시형이 말했다.
“여보, 이건 우리 어머니 마음이니까 그냥 받아.”
노혜순의 태도는 결연했고 또 주위에 지켜보는 사람들도 많았기에 더는 거절할 수가 없었던 서규영은 결국 팔찌를 받았다.
박해은은 그 광경을 보자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고태빈을 힐끗 보았다.
술잔을 쥔 고태빈의 손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가 서규영을 증오하는 것 같자 박해은은 그제야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박해은은 술잔을 들고 노혜순의 곁으로 다가갔다.
“할머니, 오늘은 할머니 생신이니 제가 한 잔 따를게요. 부디 만수무강하세요.”
노혜순은 박해은을 바라보며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해은아, 아주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더니 그 사이에 가정을 꾸려서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구나.”
박해은은 계속해 노혜순의 비위를 맞췄다.
“할머니, 제 신분이 달라진다고 해도 저는 늘 할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할머니의 손녀예요.”
노혜순의 얼굴에 다시금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래, 그래. 해은이 너는 참 효심이 깊어.”
박해은은 술을 따른 뒤 떠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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